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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하야시킨 '토요일밤의 대학살' 트럼프도 전철 밟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데 대해 미 언론들은 40여년 전 ‘토요일 밤의 대학살’을 재연한 충격적 사건이라고 전하고 있다.

1974년 8월 9일 백악관에서 사임을 발표하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1974년 8월 9일 백악관에서 사임을 발표하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토요일 밤의 대학살’은 1973년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수사하던 특별검사를 해임한 일을 말한다.

워터게이트로 궁지 몰린 닉슨 # 1973년 특별검사 해임 강행 # 탄핵론 역풍으로 결국 하야 #"코미 해임도 같은 효과 낼 수도" #

72년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가동된 조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WP)의 추적 보도로 파문이 확산되자 닉슨은 핵심 보좌관을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해임된 보좌관은 상원 조사위원회에서 백악관 집무실 대화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폭로했고, 특별검사로 임명된 아치발드 콕스는 녹음 테이프 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닉슨은 오히려 법무장관에게 특검 해임을 명령했다. 법무장관은 명령을 거부하며 사임했고, 다시 명령을 받은 차관마저 사임했다. 결국 닉슨은 송무 차관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해 해임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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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FBI의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설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을 향하는 수사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트럼프의 코미 국장 해임이 닉슨의 특검 해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리차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코네티컷)은 “(코미 국장 해임은)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우리의 사법 시스템에 가장 위협적인 사건”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코미 국장은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지만, 동시에 트럼프의 미래를 위협하는 인물”이라며 해임 배경에 수사 중단 목적이 있음을 시사했다.

닉슨은 자신의 뜻대로 특검을 해임했지만, 수사 중단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도리어 탄핵론에 불을 지펴 1년 뒤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온라인매체 ‘슬레이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트럼프의 결정도 비슷한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FBI가 출범한 이래 임기 중 해임된 국장은 윌리엄 세션스 한 명이다. 그는 관용기로 부부동반 여행을 하고, 애완견 산책에 FBI 요원을 동원하는 등 ‘막가는 행동’으로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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