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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FBI 국장, 백악관 겨누다 해임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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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미 FBI 국장. [사진=위키피디아]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사진=위키피디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9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캠프-러시아 내통설 조사 발표 뒤 #트럼프, 임기 보장 관행 깨고 전격 경질 #CNN "FBI 조사, 백악관에 너무 가까이 가" #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 부장관의 건의를 수용해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FBI는 미국의 가장 소중하고 존경받는 기관 중 하나이며 오늘 미국은 사법당국의 꽃인 FBI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당신은 FBI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없다”며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FBI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미 언론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하는 FBI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코미 국장은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 중이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얼마나 오래 걸리든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세션스 법무장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CNN은 “미 연방검찰은 최근 조사를 위한 위해 플린 전 보좌관의 측근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광범위한 수사 확대가 시작됐는 걸 알리는 첫 신호”라고 보도했다. 또 “FBI 수사가 백악관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FBI의 ‘트럼프 캠프 러시아 내통설’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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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FBI가 코미 국장의 해임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갑작스런 코미 국장 해임으로 인해 민주당은 난처한 처지가 됐다. NYT에 따르면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의 집권시에 코미 국장 해임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대선에 패배했고, 이후론 거침없고 독립적인 코미 국장이 새 행정부를 견제해주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민주당의 리차드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은 “FBI 수사를 중단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헌법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백악관이 수사를 계속 진행하도록 할 것인지, 그로인해 우리가 정당한 수사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코미 국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e메일 재수사를 발표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앞선 7월 “클린턴이 e메일 관리에 매우 문제가 많았던 것은 인정되지만 고의적이지 않다”며 수사를 종결했던 자신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결국 FBI의 ‘클린턴 e메일’재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미 국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해 FBI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배짱있다”며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미국 대통령은 FBI 국장에 대한 해임권을 가지고 있지만, 관행적으로 10년 임기를 보장해 왔다. 막강한 수사관과 엄격한 독립성을 지니고 있어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FBI 국장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전격적인 결정을 “충격적인 사건”으로 묘사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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