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오(36) 태오양 스튜디오 대표는 요즘 부쩍 주목받는 공간 디자이너다. 4월 3일 개장한 롯데월드타워의 최상층 123 라운지 공간을 디자인했고, 3월엔 베이징의 주중한국문화원 접견실을 디자인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한국 전통미(美)를 잘 풀어내는 디자이너로 이름나 있다.
공간을 만들고 소품을 만드는 그에게 여행은 공부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비행기를 탈 만큼 외출이 잦은데, 출장과 여행을 굳이 구분 짓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영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롯데타워 123층 디자인한 양태오 #런던 최고층 '더 샤드'의 샹그릴라 호텔 인상적 #부탄의 럭셔리 호텔 꼭 가보고파 #여행 중 쇼핑은 빈티지 소품 위주
- 최근 다녀온 여행지는.
태국 방콕에 다녀왔다. 쇼디씨(SHOWDC)라는 새로 생긴 백화점에 들렀는데 한국 음식만 파는 ‘한류 거리’가 있더라. 원래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분야를 넘나드는 현상이 꼭 필요하다. 한류가 처음에는 K-팝이나 K-드라마 같은 엔터테인먼트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음식이나 패션 쪽으로까지 외연이 넓어졌다. 파리 ‘꼴레뜨’나 밀라노 ‘엑셀시어’ 등 그 도시에 방문하면 꼭 들르는 톱클래스 편집 매장에도 스티브J&요니P 같은 한국 디자이너 옷이 있다.
- 여행 갈 때 꼭 챙기는 게 있나.
주로 출장 겸 여행이기 때문에 현지 미팅을 대비한 셔츠와 타이, 재킷 등을 꼭 챙긴다. 짐을 많이 가져가는 편은 아니라서 활용도 높은 패션 아이템을 엄선한다. 하늘색 셔츠는 정말 만능이다. 재킷 안에 정장처럼 입을 수도, 청바지와 매치해 캐주얼 룩으로도 소화할 수 있다. 또 니트 카디건이나 스웨터를 그 위에 둘러주면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룩을 완성할 수 있다.
- 짐 싸는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짐 종류별로 각각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칸막이 파우치를 활용한다. 짐을 싸고 풀기 편할 뿐 아니라 어디에 어떤 것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꼭 작은 크기의 향초를 챙긴다. 현지 호텔의 공간을 마음에 드는 향으로 채울 수 있고 넣고 오는 동안 가방 안이나 옷에도 은은한 향이 베는 효과가 있다.
- 즐겨 사용하는 캐리어는.
여행 가방에 얽힌 사연이 많다. 원래 은색 리모와 제품을 사용했는데 무려 다섯 번이나 분실하는 아픔을 겪은 후 투미 제품으로 바꿨다. 아예 없어진 건 아니고 짐이 바뀐 게 대부분인데, 한 번은 내 짐을 들고 광명시까지 간 사람이 있어 인천공항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린 적도 있다. 리모와가 국민 가방처럼 애용되다보니 헛갈리기 쉬운 것 같더라. 아무래도 그 가방과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 투미로 바꾼 뒤 각인 서비스를 받아 손잡이 부분에 이름을 새겼다.
- 여행 전 준비는 어떻게 하나.
‘모노클(MONOCLE)’ 같은 외국 잡지를 탐독한다. 워낙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 도시에 생긴 핫한 레스토랑이나 호텔 같은 정보를 꼼꼼히 수집한다. 또 호텔 예약에 심혈을 기울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있어 외국 호텔은 공간을 공부하기 좋은 교재다. 3박 4일 일정이라면 세 번 호텔을 옮긴다. 같이 간 사람들은 아마 괴로울 거다. 하하.
- 호텔 선택 기준이 있나.
아예 새로 생겨서 핫하거나 최소 50~60년 이상 오래 된 곳을 고른다. 요즘에는 오래된 곳에 더 끌린다. 긴 시간 동안 유지되면서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 공간이 아름다운 것도 중요한데, 그 공간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핀다.
- 최근 다녀온 인상적인 호텔이 있었나.
런던의 최고층 빌딩인 ‘더 샤드’의 샹그릴라 호텔에 다녀왔다. 도심 전망이 한 눈에 펼쳐지는 초고층 호텔이면서 런던이라는 유서 깊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모던하고 우아하게 풀어냈더라. 도심과 호텔, 고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정말 잘 버무려 놓았다. 인테리어가 단순히 좋다는 것을 뛰어 넘어서 공간을 매개로 스토리를 잘 풀어놓았다는 인상이었다. 사실 아름다운 공간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보다 공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어렵다. 또 이런 것들을 알아보고 누리는 것이 그 공간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혹시 앞으로 가보고 싶은 호텔이 있나.
부탄 아만코라 리조트. 아만호텔은 럭셔리한 도심형 리조를 짓는 체인인데 부탄이라는 세속과 거리가 먼 신비한 나라에서 ‘럭셔리’한 공간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 여행지에서 꼭 하는 일은.
그 도시에서 열리는 전시를 꼭 본다. 요즘에는 정보가 많아 찾기 어렵지도 않다. 그냥 검색창에 도시 이름과 ‘전시(exhibition)’만 입력해도 수많은 정보가 나온다. 그 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무형의 문화라 꼭 챙겨보려고 노력한다.
- 여행지에서 뭘 사오나.
빈티지 숍에 들러 소품을 사 온다. 최근 태국에 갔을 때도 옷칠 그릇과 전통 도자기 등을 사왔다. 제품을 고를 때는 전통에 입각한 아름다움이 있는지를 살핀다. 그래서 어떤 나라에 가든 국립 박물관에 꼭 방문한다. 그 나라의 빈티지를 제대로 알려면 국립 박물관이 최고다. 뭐가 좋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려면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야한다. 짧게라도 들러 공부하면 빈티지 제품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 해외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살 때 노하우가 있을까.
장식용보다 사용처가 분명한 제품을 사오는 것이 좋다. 인테리어 소품은 덩치가 커서 잘 못 사오면 애물단지가 된다. 예쁘다고 무작정 지갑을 열기보다 어떻게 활용할지, 집 안 어디에 둘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구입한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