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억류된 김학송씨 부인 “남편, 기차 타려다 잡혀…이유 모르겠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 6일 억류한 미국인 국적자 김학송씨가 중국 단둥(丹東)으로 향하는 국제열차를 탑승하려다 평양역에서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그의 부인 김미옥씨가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8일 밝혔다.

김 씨는 “남편이 중국 단둥에 있는 집으로 오려다 평양역에서 체포됐다고 들었다”며 “단둥역으로 마중을 나갔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VOA에 전했다.

김 씨는 예정 시간에 도착하지 않은 남편이 북한에 억류됐다는 사실을 다음날인 7일 평양과기대 측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남편 김학송씨는 1963년 중국에서 태어난 조선족 출신으로, 200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농학이 전공인 김씨는 2014년 평양과기대에서 학생들과 농사를 짓는 일을 했으며, 북한에 유기질 발효비료공장의 설립도 추진했다.

김 씨는 “남편은 농사에 대한 열정이 깊어 농업 신기술 보급과 개발을 통해 북한 식량 상황을 개선하려고 했다”며 “억류 이유를 도저히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속히 억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자세한 경위에 대해서 유관국들과 협의하며 경위를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평양과기대의 운영관계자로 있던 김학송씨를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평양과기대 강의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씨를 국가 전복혐의로 억류했다고 밝힌 지 나흘 만이다.

특히 김상덕ㆍ김학송씨 등 남북이 협력해 2010년 개교한 평양과기대 관계자 2명이 출국 직전 연이어 체포된 것과 관련,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한 당국이 향후 대미 협상과정에서 일종의 '인질외교'를 염두에 두고 이 학교 관계자들을 체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국적자는 김학송, 김상덕씨를 포함 오토 웜비어씨, 김동철씨 등 모두 4명으로 늘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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