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때문에 학교 학사일정도 뒤죽박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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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월곶초등학교는 지난 2일 예정된 운동회 장소를 운동장에서 체육관으로 바꿨다. 황사 등으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져서다. 월곶초등학교 관계자는 "전교생이 89명으로 적은 편이라 체육관 운동회가 가능했다"며 "미세먼지 주의보가 계속 이어지면서 야외로 예정된 현장 체험 학습 교육도 목공소 등에서 하는 실내 학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 [중앙포토]

미세먼지가 학교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각 학교는 미세먼지를 피해 조회나 운동회, 체육수업, 현장 체험 등 야외 수업을 체육관 등에서 진행하는 실내 교육으로 전환했다.

미세먼지 탓에 일선 학교들도 비상 #야외수업 실내 학습으로 전환하고 체육은 체육관에서 #체육관 없는 학교도 경기도 내 38.7%, 신축도 어려워 #정부차원의 학교별 미세먼지 대응 기준과 구체적인 예보등급 필요

그러나 교내 체육관이 없는 학교도 많아 학생들의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2300여 개 초·중·고교(유치원 제외) 중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890여 곳으로 38.7%에 이른다. 그 전에는 운동장만 있다면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수시로 발령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실외 수업 대신 실내 수업을 택하는 학교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의 '2017년 3월 고농도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발령에 따른 조치현황'을 보면 도 전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3월 21일 유치원·초·중·고교 4589곳 중 4584곳(99.9%)이 실외 수업을 금지했다.

미세먼지로 실내 체육관에서 운동회를 하는 학생들 [중앙포토]

도내 2개 권역 13개 시·군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진 3월 13일에도 해당 지역 내 유치원과 학교 1961곳 중 1926곳(98.2%)이 야외수업을 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주의보'보다 낮은 단계인 '나쁨' 수준인 날에도 상당수 학교가 실외수업을 금지한 것이다.

도 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 매뉴얼'도 예비주의보 2단계인 '미세먼지 나쁨(81~150㎍/㎥)'과 '초미세먼지 나쁨(51~100㎍/㎥)' 단계부터 실외수업 자제 등을 권고하고 있다. 더욱이 미세·초미세먼지는 다른 기상 정보처럼 예측이 쉽지 않다. 학교가 미리 대응할 수 없어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당일 운동회 등을 취소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체육관을 짓기엔 1곳당 20억~30억원이 투입되는 자금이 문제다. 한 학교 관계자는 "체육관이 있는 학교는 체육관에서 실외 활동을 대신해도 되지만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교실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체육 등 실외 수업은 사실상 할 수 없는 구조"라며 "미세먼지 주의보가 수시로 내려진 3월부터 5월까지는 실외 수업을 못한 학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미세먼지로 인해 갈수록 주는 야외 활동이 학생들의 체력관리에 또 다른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도교육청은 학교별 유휴 교실 2~3개를 합쳐 실내 체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각 시·도별로 제각각인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을 통일하고 기상청의 미세먼지 예보 등급도 구체적으로 세분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대응이 지역별 기준이 다르다보니 일선 학교에서도 혼선이 생기기는 데다 예보등급이 '좋음(미세먼지 0~30㎍/㎥)-보통(31~80㎍/㎥)-나쁨(81~150㎍/㎥)-매우 나쁨(151㎍/㎥ 이상)' 등 4단계로만 구분되면서 일부 학교들은 야외 활동이 가능한 날씨에도 자제하고 있어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운동량이 부족해지면 비만은 물론 비타민 D 부족 등 영양 결핍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미세먼지 등에 대한 해결책과 세부적인 예보 등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