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충호’ 대선…지금 DJ와 박정희가 맞붙는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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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는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선이다.

사상 처음 충청 인구가 호남 초월한 대선 #수도권 유권자 49.6%…경기 30년간 205.9% 증가 #영호남 유권자수 격차, 50년간 2배로 벌어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한 유권자 수는 4243만2413명. 이중 충청 지역(대전ㆍ세종ㆍ충남북) 유권자는 442만3483명(전체 유권자의 10.4%)으로 호남 지역(광주ㆍ전남북) 426만2507명(10.0%)보다 약 16만명이 더 많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이 호남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엔 지역의 인구 크기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념이나 정책이 아닌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정당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거에서 인구가 많은 영남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높았고, 인구 수가 적은 호남은 80% 이상의 ‘몰표’로 맞서는 형국으로 진행되어 왔다. 또한 각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대선 후보로 성장해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상 대담 이미지. [중앙포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상 대담 이미지. [중앙포토]

1972년 유신 개헌 전 마지막으로 치러진 7대 대선부터 이번 대선까지 약 50년간 표(票)로 본 지역적 크기는 어떻게 바뀌어왔고, 또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살펴봤다.

①‘영호충’에서 ‘영충호’ 로

1971년 대선 때만 해도 호남 유권자는 301만1584명으로 충청(204만8077명)보다 100만명이 많았다. 하지만 2002년 대선에서 양측 지역 유권자 수의 격차는 50만명(호남 394만2952명, 충청 349만3642명) 이내로 좁혀졌고, 올해 처음으로 역전됐다.

1971년과 2017년의 지역별 유권자 수

1971년과 2017년의 지역별 유권자 수

비록 중도탈락했지만 충청출신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것도 이런 인구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영충호’ 시대가 시작하면서 ‘영호충’(영남-호남-충청)‘ 시대의 산물인 ’영남 후보 vs 호남 후보‘의 대선 구도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②‘부익부 빈익빈’, 경기는 3배 되고 전남은 8만명 줄고

수도권의 위상은 점점 커지는 반면 지방의 ‘몫’은 줄어들고 있다. 71년 대선에서 수도권의 유권자 비중은 31.2%였지만 이제 49.6%나 된다.

경기도 유권자 수

경기도 유권자 수

 반면 영남(29.1%→25.7%)과 호남(19.4%→10.0%), 충청(13.2%→10.4%)은 모두 줄었다. 유권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경기도다. 87년 대선에서 335만2554명이던 경기도의 유권자는 현재 1025만5494명으로 늘어났다. 30년만에 증가폭이 205.9%에 달한다.

역대 주요 대선 지역별 유권자 수

역대 주요 대선 지역별 유권자 수

반면 이 기간동안 충남은 7만6981명(178만8014명명→171만1033명)이, 전남은 8만8566명(165만9767명→157만1201명)이 각각 줄었다. 역대 대선에서 경기에서 지고도 당선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5·6·7대)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은 매 선거마다 경기에서 열세를 보였다.

③50년간 영ㆍ호남 격차는 2배

영ㆍ호남 간 격차도 커지고 있다. 71년 대선 당시 호남 유권자는 301만1584명으로 대구ㆍ경북 (214만7658명)이나 부산ㆍ경남(245만8491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87년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는 347만8777명으로 부산ㆍ경남(448만4344명)보다 100만 가까이 적었다. 영남에 대한 호남 유권자 비율은 71년 65.4%였다. 하지만 이는 점점 감소하면서 이번 대선에선 39.1%까지 줄었다.

영남 유권자 수에 대한 호남 유권자 수의 비율

영남 유권자 수에 대한 호남 유권자 수의 비율

대선에 출마한 주요정당의 후보 5명. [중앙포토]

대선에 출마한 주요정당의 후보 5명. [중앙포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격차 때문에 호남 유권자들이 전략적 몰표를 던지고, 이것이 다시 영남을 자극하는 핑퐁게임이 진행된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지역간 대결 양상이 약화된만큼 과거 같은 몰표는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광주에서 97.3%를, 이회창 후보는 대구에서 72.7%를 각각 득표했다.

④제주도는 ‘작은 수도권’

제주의 유권자수는 51만4264명으로 2012년 18대 대선(44만8024명)보다 12.9%가 증가했다. 이는 세종시(53.7%)를 제외한 지자체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수도권에서 유입된 인구는 3만8000명이다. 2012년 대선에서 제주는 박근혜 후보가 50.5%, 문재인 후보가 49%를 득표했다. 인천(51.6%, 48%)ㆍ경기(50.4%, 49.2%)와 유사한 표심을 나타냈다. 한편 세종시는 지난 대선에서 8만7665명에 불과했던 유권자 수가 18만9389명으로 크게 늘었다.

⑤지금 DJ와 박정희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세 장면. [중앙포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세 장면. [중앙포토]

71년 대선은 박정희-김대중 후보의 맞대결이었다. 당시 김 후보는 서울(59.4%), 경기(49.5%) 등 수도권에서 승리한 반면 박 후보는 강원(59.8%), 충북(57.3%) 등 지방에서 앞서 ‘여촌야도(與村野都)’라는 말이 나왔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구 지형이 바뀐 2017년 대선에서 양자가 다시 맞붙는다면 결과는 바뀔까. 시뮬레이션 결과 승자는 여전히 박 후보다. 71년 대선에서 박 후보(634만2828표ㆍ53.2%)와 김 후보(539만5900표ㆍ45.3%)가 얻은 시도별 득표율을 현재 데이터에 적용해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세 장면. [중앙포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세 장면. [중앙포토]

그 결과 박 후보(1769만5652표)가 김 후보(1550만3439표)를 200만표차이로 이겼다.  전략 지역 득표율이 승패를 갈랐다. 박 후보는 경북(75.6%)ㆍ경남(73.4%)에서 70%대를 득표한 반면 김 후보는 전북(61.5%)ㆍ전남(62.8%)에서 60%대 초반에 그쳤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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