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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⑭나만 혼자 알고 싶은 여행지, 스리랑카

중앙일보

입력

이번 여행지는 스리랑카입니다. 스리랑카에 대해서는 양질의 차 생산지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던 우리 부부. 스리랑카를 행선지로 정하고 사전에 공부 좀 해보려 했건만, 시중엔 아직 한국어로 된 스리랑카 가이드북이 없었어요.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여행지에요.

산비탈에 차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스리랑카 풍경.

산비탈에 차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스리랑카 풍경.

그도 그럴 것이 끔찍했던 스리랑카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스리랑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교계 싱할라족과 소수 힌두교계 타밀족 간의 전쟁은 27년간 이어지다가 2009년이 되서야 일단락됐어요.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것이죠.
정보가 많이 없어서 몇해 전 스리랑카를 여행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스리랑카 여행은 강력 추천하지만 좋은 점을 많이 알리지는 말라고 하시네요. 유명 관광지가 되어 스리랑카의 매력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겠지요. 스리랑카는 확실히 때가 덜 뭍은 여행지에요. 여행자 상대의 바가지도 많이 없고요.

스리랑카 제 1의 관광도시이자 불교순례 성지인 캔디.

스리랑카 제 1의 관광도시이자 불교순례 성지인 캔디.

매력적인 나라 스리랑카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하는 도시가 있어요. 바로 제1의 관광도시 캔디(Kandy)에요. 캔디는 스리랑카의 문화적, 종교적 중심지이자 스리랑카의 옛 수도이기도 해요. 특히 부처님의 치아를 모시고 있는 불치사가 있어서 불교 성지순례의 1순위 장소로도 꼽히는 도시랍니다.

스리랑카 기차. 영국 식민지 시절 기차가 그대로 운행되고 있어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스리랑카 기차. 영국 식민지 시절 기차가 그대로 운행되고 있어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수도 콜롬보에서 캔디까지는 기차를 타고 약 2시간 걸려요. 버스도 있지만 스리랑카의 가장 매력적인 교통수단은 기차라고 생각해요. 스리랑카는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의 오래된 기차를 여전히 사용 중이라서, 기차를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이동하는 기분이 들어요. 기차에서 주전부리로 땅콩을 샀는데 땅콩 봉투조차도 인상적이에요.

스리랑카의 완행 열차.

스리랑카의 완행 열차.

기차에서 산 땅콩 봉투조차 '특별'하다.  

기차에서 산 땅콩 봉투조차 '특별'하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도착한 캔디의 첫 인상은 "우와 시원하다!" 였어요. 캔디가 스리랑카 중부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열대 지방이지만 비교적 시원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숙소들이 언덕 위에 있는데, 우리가 잡은 숙소도 언덕의 제일 꼭대기에 있어서 경치가 끝내줬어요. 마당에는 망고와 아보카도가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그 위로는 원숭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스리랑카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모든 것이 특별해 보였어요. 그 흔한 바나나조차도 특별해 보여요. 과일가게마다 바나나 줄기 전체를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파는데, 살 때 원하는 양만큼 바로바로 잘라준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빨간색 바나나도 있어요. 궁금해서 껍질을 까보니 빨간 바나나도 속은 노래요. 스리랑카에는 바나나 종류만 20가지가 넘는다고 해요.

형형색색 바나나를 주렁주렁 매달고 파는 과일 시장.

형형색색 바나나를 주렁주렁 매달고 파는 과일 시장.

바나나는 주문 즉시 줄기에서 떼준다.

바나나는 주문 즉시 줄기에서 떼준다.

시장에서 처음 보는 음식도 발견했어요. 호퍼(hopper)라는 음식인데, 동그란 호퍼용 냄비에 바삭바삭하게 구운 그릇 모양의 누룽지에요. 속에 계란을 얹기도 하는데 바삭한 게 식감이 너무 좋아요. 식당에 따라서 아침에만 굽는 곳도 있고 저녁에만 굽는 곳도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가야 먹을 수 있어요.

스리랑카식 누룽지 호퍼.

스리랑카식 누룽지 호퍼.

호퍼용 냄비에 호퍼를 만드는 장면.

호퍼용 냄비에 호퍼를 만드는 장면.

밥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어요. 돌아보니 분명 스리랑카 사람인데 한국어를 너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거예요. 처음엔 사기꾼인가 의심을 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하셨다고 해요. 한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더라고요. 한국인을 만나 반갑다며 집에 초대해 주셔서 얼떨결에 현지인 집도 구경할 수 있었어요.

낯선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해줬던 스리랑카 현지인 가족.

낯선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해줬던 스리랑카 현지인 가족.

스리랑카 현지인이 만들어준 집밥.

스리랑카 현지인이 만들어준 집밥.

전에 보았던 외국의 한 유명 가이드북에서 ‘스리랑카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들이 사는 섬’ 이라고 표현하던데, 그 구절이 다시 한 번 와 닿는 순간이었어요. 캔디 호수 위의 까마귀 떼를 보며 숙소로 돌아왔어요.

캔디 호수 위의 까마귀 떼.

캔디 호수 위의 까마귀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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