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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자켓까지 등장...미세먼지 마케팅 봇물, 효과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 안티폴루션 제품이요? 이 선크림 한 번 테스트 해 보세요.”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미세먼지 차단에 좋은 크림이 있느냐”고 묻자 점원이 자신있게 상품을 권했다. 튜브 형태의 크림을 손등에 발라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게 황사부터 초미세먼지까지 다 막아줘요. 이번에 새로나온 건데 반응이 진짜 좋아요.”

'미세먼지 방지'를 마케팅으로 내건 광고들

'미세먼지 방지'를 마케팅으로 내건 광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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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방지'를 마케팅으로 내건 광고들

'미세먼지 방지'를 마케팅으로 내건 광고들

'미세먼지 방지'를 마케팅으로 내건 광고들

‘미세먼지에 민감해진 피부를 편안하게!’
‘아직도 창문 닫고 사세요? 간편하게 붙이는 미세먼지 창문필터’
‘미세먼지 방진자켓’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범람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미세먼지 SET’라는 이름의 비누와 클렌징 묶음 상품이 나왔고, 미세먼지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충망·창문필터까지 등장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미세먼지 차단 크림’이라고 광고하는 ‘안티폴루션(오염방지)’ 화장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트러블을 방지하고 촉촉한 피부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야외 활동용 재킷들도 ‘미세먼지 재킷’이라는 이름으로 줄줄이 출시됐다.

지난 3월 아웃도어용 재킷을 출시하며 ‘미세먼지 방지’를 마케팅으로 내건 노스페이스 측은 “정전기 방지 원단을 사용해 황사나 미세먼지가 달라붙지 않고 실내에 들어갈 때 한 번 툭툭 털어주기만 하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는 걸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기침·가래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의약품 ‘용각산’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세먼지로 인한 이물질 제거에 효과가 좋다’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연간 판매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뷰티 제품 등을 판매하는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은 지난달 5일부터 지난 5일까지 미세먼지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대비 62% 증가했다. 노스페이스는 원래 ‘미세먼지 재킷’을 사면 비매품으로 끼워주던 방진 마스크를 판매용으로 추가 제작했다. “마스크도 사게 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아서였다.

하루가 다르게 미세먼지 관련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집중되지만 상대적으로 그 효과에 대한 입증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세먼지’ 자체가 아직 생소한 개념이어서 공식 인증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차단한다’류의 마케팅 문구는 자체 임상 결과 정도만 있으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5만 명 넘는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 운영자 이미옥(38)씨는 “아직 미세먼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체에 피해를 주는지도 입증이 안 된 상태에서 여러 상품들이 시중에 나와 카페 회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별별 상품이 다 있지만 정작 아이들 얼굴 크기에 맞는 ‘소형 마스크’는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시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가 호흡기로 들어올 때 천식·심근경색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겸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요즘 시중에 나온 ‘미세먼지 방지’ 제품들을 보면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세먼지가 내 몸에 닿는 것 자체가 걱정이라면 미세먼지 방지 제품을 사서 쓰는 것보다 자주 깨끗이 씻는 게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미세먼지의 원인도 제대로 규명 못하고 중국 탓만 하고 있으니 시민들은 ‘각자도생’을 택할 수밖에 없고 이게 상업적 마케팅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의 ‘미세먼지 마케팅’은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촉발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걱정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례”라며 “지난해 ‘옥시 사태’ 이후 천연·무첨가를 내세운 제품들이 우후죽순 나왔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문의글과 그에 대한 답변. [온라인 캡처]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문의글과 그에 대한 답변. [온라인 캡처]

◇공기청정기 가격도 ‘천정부지’=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는 공기청정기의 가격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 회사원 한모(31)씨는 “지난달 초 공기청정기를 19만8000원에 구입했는데 오늘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23만9000원으로 가격이 올라 놀랐다”고 말했다.

미대촉 카페에도 “14만원대에 산 공기청정기가 지금은 20만원대로 올랐다”“주문한 공기청정기가 배송이 밀려 아직도 안 오고 있다” 등의 불만 글이 늘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한 온라인 구매사이트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수요가 많아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가격이 계속 오르고 배송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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