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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스쿠버 하고 온다더니" 2년째 돌아오지 않는 40대, 실종? 살인?

중앙일보

입력

2015년 5월 5일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어린이날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놀러 가기로 한 동생이 며칠째 집에 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015년 5월 실종신고된 40대, 아직도 행방묘연 #스킨스쿠버 동호회에서 알게된 탈북자와 강원도 여행 후 실종 #경찰, 동행한 탈북자를 유력 살인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

실종된 사람은 건축업자 A씨(당시 45세)였다. 평소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그는 4일 전 "지인과 강원도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A씨가 말하는 지인은 북한 이탈주민이자 A씨와 스쿠버 동호회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B씨(50)였다.

이들은 같은 달 1일 B씨의 집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또 다른 지인의 집에서 하루를 더 보냈다. 3일에는 강원도 인제군의 한 계곡에 머물렀다. 이후 B씨만 홀로 귀가했다. B씨는 "A씨에게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집에 가자'고 했는데 거부해 혼자 집에 왔다"고 주장했다.

A씨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B씨에게서 미심쩍은 점을 발견했다. A씨와 B씨 사이에 거액의 돈이 오간 것이다. B씨가 A씨에게서 장례식장 운영권 입찰에 투자하라는 명목으로 5억원을 빌려 갔는데 이중 돌려준 돈은 1억5000만원뿐이었다. 경찰은 B씨가 돈 문제로 A씨를 해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보름여 만에 B씨를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와 B씨 사이에 거액의 돈이 오간 점과 B씨가 계속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는 점을 의심했다.B씨는 수사 초반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강원도 인제군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B씨가 A씨와 함께 인제군까지 동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B씨의 진술 상당수가 '거짓'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그러나 B씨는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에서도 "살인 혐의의 증거인 시신이 없다"며 수사를 기각했다.결국 B씨는 석방됐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A씨에게 투자금을 받고도 장예식장 운영권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B씨를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현재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B씨가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강원도 인제 계곡 중심과 B씨의 행적을 따라 집중 수색하고 있지만 A씨의 소재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시신을 찾지못해 계속 수색하고 있는 중"이라며 "살인죄 공소시효도 폐지된 만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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