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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예술성이 산업 부가가치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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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김용근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음악, 미술, 조각, 발레, 연주 같은 예술 분야는 소리, 색깔, 형상, 몸짓을 통해 아름다움과 내적 감동을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로운 회복과 기쁨을 준다.

독일 럭셔리 자동차, 스위스 시계 … #애플 아이팟 흥행도 예술성 덕봐 #획일적 인프라, 효율성에 빠진 한국 #예술 융합 등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단순한 감정과 느낌을 넘어 얼마만큼 감탄과 감동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예술성의 정도가 평가된다. 음악에서의 음정, 음계, 박자, 속도, 리듬, 화음 등과 같이 장르별로 작품의 구성 요소와 스토리가 깊은 철학과 논리성을 갖추고 이를 최상의 도구와 최고의 기술로 표현해낼 때 진정 예술적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의 융합 작업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관중에게 논리적인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현시키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이러한 예술의 속성에 따라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예술에 끌리게 되며 좋은 작품과 공연이 주는 감탄과 감동, 그리고 상상의 즐거움에 기꺼이 충분한 가격을 지불하고자 하기 때문에 예술성을 인정받은 예술가들은 부와 명예를 얻게 되며 예술을 파는 기기 자체도 흥행을 가져온다.

애플이 2001년 10월에 내놓은 아이팟이 대흥행을 거둘 수 있던 것은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모두 좋아했던 스티브 잡스가 음악 자체의 보편적 상품성을 깨닫고 손안에서 가장 간편하게 곡을 선별해 들을 수 있도록 만든 혁신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과 예술성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순수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탁월한 디자인과 장인의 손맛으로 만든 명품, 그리고 건축이나 실내장식, 자연 등 모든 시각적·청각적 영역에서는 심미감과 함께 존재감, 자긍심, 창조적 몰입성을 주는 예술성이야말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고급 브랜드 럭셔리 자동차, 스위스의 명품시계, 파리의 패션, 바로셀로나의 미술, 로마의 건축물이 얼마나 많은 부를 창출하는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스위스 관광을 선망하는 것은 알프스라는 자연미와 함께 이에 어울린 마을과 주택으로 아름다움을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영국 머서컨설팅사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삶의 질이 높은 5대 도시에 뽑힌 비엔나, 취리히, 오클랜드(뉴질랜드), 뮌헨, 벤쿠버 모두 자연미와 음악, 미술, 건축, 디자인이 고품격으로 어우러진 예술적인 도시들이며 이러한 매력에 이끌려 세계 갑부들이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예술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선진국에 많이 뒤떨어져 있다. 세계적으로 평가 받고 있는 예술가들도 많고, 명품 수준의 제품과 건축물, 서비스도 발전 단계에 있지만 국민적 예술문화 수준에서 보면 초보적이다. 아직까지도 기능성, 생산효율성, 최저낙찰제, 용적률과 같은 비예술성 개념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강의 아름다움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의 획일적 인프라 건설공사로 추진해 결국 인간을 강으로 끌어안지 못하고 격리해 버림에 따라 예술적 부가가치 창출 여지를 없애버렸고, 한강도 마찬가지로 양안에 병풍처럼 펼쳐진 고층아파트와 거대한 고속도로로 인해 관광사업이 발을 못 붙이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의 라인강이나 세느강 주변이 어떻게 사회와 어울려 있는가를 보면 아쉬울 뿐이다.

이제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외국처럼 고등학교 과정까지 예술 과목을 필수과목화 하고 다양한 예술 공연 사업이 활성화 돼 국민적 예술 소양을 높임과 동시에 국정 운영에 있어서도 예술성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건설 정책을 예술정책과 융합시켜 기능 제품들에서 감동 제품으로, 건설에서 건축 개념으로, 난개발에서 아름다운 개발 전략으로 방점을 옮겨야 한다. 당장은 돈이 더 들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더 오랫동안 더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경제적이다. 최고 인재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된 작품, 최고의 기술력이 동원된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 가야 역사적으로 부가가치를 더하는 품격 있는 국가가 될 것이다. 기술성이 지배하는 소위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야말로 예술성은 더욱 귀한 가치가 될 것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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