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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36시간 초과근무' 후 사망한 홈쇼핑 직원…법원 "업무상 재해"

중앙일보

입력

일주일에 36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가 돌연사한 30대 홈쇼핑 회사 직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004년 한 홈쇼핑 업체에 입사한 A씨는 2012년부터 제품 편성 업무를 맡았다. 제품의 판매량을 예측해 편성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홈페이지 등에 더 자주 노출시키는 일이었다.

A씨는 회사가 정한 판매 목표치와 실제 실적을 매일 비교하고, 자신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배정해달라고 하는 상품 기획자들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해야 했다. 업무 강도가 높아지자 주변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A씨는 팀 상사가 갑작스레 병가를 내자 인사팀에 부서 변경 요청을 했다. 그러나 부서를 옮긴 뒤에도 후임자 인수인계 등 추가 업무를 하면서 주당 최고 36시간씩 초과 근무를 했다.

2013년 12월 A씨는 회사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다음날 정오쯤 귀가했다. 이날 저녁에 장례식에 들렀다가 이튿날 새벽 1시쯤 귀가한 정씨는 자다가 심장 발작을 일으켰고, 끝내 사망했다. 당시 37세였다. 이듬해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등을 신청했지만 “사망과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당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하태흥)는 A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가 사망한 2013년엔 인터넷쇼핑 분야 매출이 하락한데다 판매 방식 변경 업무까지 겹치는 등 일이 가중됐다고 판단된다”며 “정씨는 실적 관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야간에도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가 잦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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