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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공약 39개 중 11개가 ‘한반도 긴장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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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가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김유은 한양대 교수)와 공동으로 대선후보 5명의 외교안보 관련 정책과 공약을 검증한 결과 남북관계 개선, 동북아 역내 협력 구상, 국가 수준의 위기 관리 시스템 가동 관련 공약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검증의 대상은 19일까지 각 후보 홈페이지에 게시됐거나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에 제출한 공약들로 모두 170개다. 국제정치학회 임원진 중 35명이 평가한 결과, 이 가운데 39개를 좋은 공약(베스트 공약)으로 선정했다(2개 이상 복수 응답).

국제정치학회, 외교안보 170개 분석 #문 “한·중·일 중심 다자협력체 구축” #→ 북 도발 땐 대화 이끌 방법 불투명 #안 “한·미 동맹 기반 동북아평화체제” #→ 한·미 관계 따라 끌려다닐 우려 #홍 “4군 체제로 개편, 부사관 증원” #→ 제재만으로 북핵 위기 못 벗어나

이 중 11개(28%)가 남북관계 개선이나 주변국 외교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공약이었다.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 후보들이 억지력 강화를 골자로 한 안보 공약에 집중하는 와중에 전문가들은 대화와 교류를 통한 대북 접근법에 주목한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정치적 통일에 앞서 경제 공동체를 먼저 출범해 잠재성장률을 높이자는 남북 경제 통합(하나의 시장) 우선 추진 공약 ▶정부 교체 때마다 대북정책이 달라지는 폐해를 막기 위해 과거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협정으로 만들어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고 유엔에도 기탁하자는 남북기본협정 체결 공약이 대표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한반도 평화선언을 위한 4국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에 포함됐다.

후보별로는 문 후보 공약 중 10개가 좋은 공약으로 뽑혔다. 한·중·일 3국 협력을 확대해 다자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형성 공약에 대해 6명이 좋다고 평가했다. “다자외교 활성화라는 현실적인 외교 목표를 제시했다” “동북아 지역 안보에 대한 중장기 비전”이란 이유였다. 한계도 지적됐다. 정한범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는 “대북정책의 경우 북한의 협조가 충분치 않을 경우 실현 가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우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화와 남북관계 재정립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엔 8개였다.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이 대표적이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한·미·중 협의체를 병행하자는 것으로, 차관급에서 시작해 정상회의로 격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북핵 6자회담과 4자 평화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자는 것도 좋은 공약으로 선정됐다. “10년간 대화가 단절된 만큼 대화의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됐다”는 이유였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북핵대응센터를 설치하자는 공약은 “현 안보 상황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후보의 대북 접근법은 제재와 대화를 동시에 제시하며 진보·보수의 시각을 모두 담은 게 특징이었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자강안보를 중심으로 균형 있는 통일 외교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구체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한·미 관계의 좋고 나쁨에 의해 끌려가는 외교 형세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약에선 2개가 선정됐다. ▶해병특수작전사령부 설치(해병대와 특전사령부를 통합해 4군 체제로 개편, 공세 위주 국방정책으로 전환) ▶부사관 증원(간부 비율을 현재 31%에서 2022년까지 41%로 ) 공약이다. 각각 “북한군 체제 변화에 대한 엄중한 상황 인식이 반영됐다” “병력자원 감소 등 현실을 감안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국방력 강화에만 집중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호근 청주대 정치안보국제학과 교수는 “안보 위기를 고심한 결과라는 점은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제재만으로는 북핵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경우 10개였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확대 개편하고 총리실과 지방자치단체에 위기관리실을 신설하자는 공약을 6명이 선택했다. “위기 관리 체제의 전면적 보강과 컨트롤타워 부재의 해소가 필요한 시점”이란 이유였다. 하지만 외교 분야는 구체성이 덜했다는 지적이다. 이상현 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교수가 “한·미 동맹과 국방력 강화에만 집중됐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의 공약 중엔 9개가 꼽혔다. 남북 경제·사회 협력 강화 협정 체결이 3명의 선택을 받았고, 문민 국방장관을 임명하자는 공약은 2명이 선호했다. “진보 정당의 성격을 잘 반영했지만 대북정책의 구체성이 다소 부족하다”(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현실 가능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분석이다.

차세현·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한국국제정치학회 공약 평가단(가나다순)

-김강무(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연구교수), 김관옥(계명대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전공 교수), 김상기(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김영준(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유은(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재천(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진아(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진호(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균(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형민(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용우(통일연구원 프로젝트연구위원),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박영준(국방대 교수), 박재적(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배영자(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정건(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승지(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유호근(청주대 정치안보국제학과 교수), 윤성석(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현(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교수), 이성우(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이수석(한양대 연구교수), 이정진(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진명(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장혜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전재성(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정상률(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정한범(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 조동준(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한승(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채재병(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허태회(선문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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