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득 느는 만큼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1930년대 대공황기에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1백년이 지나면 인류의 경제적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세기 동안 경제가 성장하면 재화를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부(富)가 늘어날 것이기에 경제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 1백년이 지나면 더 이상 일 중독자(workaholic)는 미덕이 아니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공황기 이후 7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케인스가 말한 '천국'은 도래할 조짐이 없다는 점이 요즘 경제학자들의 고민거리다.

소득은 꾸준히 늘었지만 사람들은 예전보다 특별히 더 행복해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개인은 많이 벌수록 행복해지는데 사회 전체는 부유해질수록 왜 만족도가 커지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런던 경제대학의 리처드 레이어드(경제학)교수는 이 같은 행복의 역설이 발생하는 세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사람들은 생활수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생활 환경이 나아지면 당장은 행복감을 느끼지만 금세 사라진다. 30년 전만 해도 중앙난방식 아파트는 사치품이었으나 이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사람들은 소득 수준을 남들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남들은 연봉 2만5천달러를 받는 상황에서 5만달러의 연봉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은 20만달러를 받는 와중에 연봉 10만달러를 받을 것인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대다수의 선택은 5만달러의 연봉이었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소득수준이 아니라 남들과 비교되는 상대적인 소득수준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셋째, 소득과 달리 여가(餘暇)에 대해서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남들은 일주일의 휴가를 갈 때 2주일의 휴가를 쓸지, 아니면 남들은 8주 휴가를 갈 때 4주의 휴가를 쓸지를 물었다. 대다수는 4주의 휴가를 선택했다.

한편 레이어드 교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이 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노동자는 60%의 높은 세율을 부담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시간외 근무를 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 노동자가 유럽 노동자보다 더 많이 일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노동자는 유럽 노동자보다 15%나 많이 일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세금이 유럽의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국내총생산(GDP)이라는 편협한 잣대만을 들이댔기 때문이라며, 미국 노동자가 유럽 노동자보다 더 부유할지는 모르지만 과연 더 행복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보도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