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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번 새기고 던진 유희관 "명신아, 빨리 돌아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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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의 등번호 46번이 씌여진 모자를 쓰고 등판한 유희관

김명신의 등번호 46번이 씌여진 모자를 쓰고 등판한 유희관

후배를 위한 마음으로 1구, 1구를 뿌렸다. 두산이 선발 유희관(31)의 역투에 힘입어 넥센전 연패를 끊었다.

두산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경기에서 4-3으로 이겼다. 두산은 연장 10회 초 2사 2루 양의지가 왼쪽 담장을 맞히는 결승타를 때려 승리했다. 올 시즌 넥센과 치른 네 경기를 모두 내줬던 두산은 첫 승을 거뒀다. 두산(10승1무11패)은 넥센(9승13패)과 승차를 1.5경기로 늘리며 7위를 유지했다.

선발 유희관의 호투가 빛났다. 유희관은 넥센 타자들을 상대로 초반부터 과감한 승부를 펼쳤다. 1회엔 9개의 투구 중 8개가 직구일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직구를 보여준 뒤엔 장기인 싱커를 섞어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4회 2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 서건창·윤석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긴 했지만 최근 넥센에서 가장 뜨거운 허정협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5·6·7회도 모두 삼자범퇴.

마무리는 다소 아쉬웠다. 3-0으로 앞선 8회 말 선두타자 채태인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유희관은 김민성을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하지만 대타 김태완에게 다시 중전안타를 맞고 말았다. 결국 유희관은 우완 이용찬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이용찬이 이택근과 김하성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아 유희관의 기록은 7과3분의1이닝 4피안타·2실점이 됐다. 결국 9회 동점이 되면서 유희관의 승리요건은 날아갔다. 하지만 유희관의 호투는 연장 접전 끝 승리의 발판이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유희관이 잘 던졌는데 아까웠다. 그래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평했다.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전이 2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두산 김명신이 7회초 역투하고 있다.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전이 2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두산 김명신이 7회초 역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유희관은 모자에 직접 '46'번을 새기고 던졌다. 전날 경기에서 타구에 맞아 다친 후배 김명신(24)의 등번호였다. 신인 김명신은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정확한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 덕에 '우완 유희관'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유희관은 경기 뒤 "오늘 선발이라 어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명신이가 타구를 맞아 마음이 아팠다. 명신이 별명이 또 우완 유희관 아닌가. 승리투수가 된 뒤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그래도 팀이 이겨서 다행이다. 우리 선수들의 마음이 명신이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명신아, 빨리 돌아와서 함께 뛰자"고 말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두산 선발투수 중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MVP에 오른 니퍼트는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세 차례 등판에서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보우덴은 어깨 부상 탓에 1경기 밖에 던지지 못했다. 장원준은 2승2패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4.94로 지난해보다 나쁘다. 유희관은 첫 2경기에선 부진했으나 최근 3경기 연속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93. 그는 "올 시즌 팀이 넥센에게 졌고, 나도 유독 고척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더 꼭 경기를 잘 풀고 싶었다. 체인지업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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