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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취업 열기 후끈] UNHCR서 근무하는 이수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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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려면 영어는 필요 조건일 뿐입니다.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다양한 사회 경력을 쌓아야 충분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1999년 1월부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국제전문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수진(33)씨. 육아휴직으로 현재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李씨는 "국제기구 공무원은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해야 하며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개방성과 포용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李씨는 96년 외교통상부의 제1기 JPO로 선발돼 UNHCR의 호주 캔버라 사무소에서 근무한 뒤 이 기구의 태국 방콕 사무소에 채용됐다. 캔버라 사무소에서 JPO로 근무할 때 그녀가 주로 했던 일은 태평양 제도 난민들의 자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짜고 예산을 확보하는 일. 때문에 파푸아뉴기니 등으로 여러 차례 출장가는 등 현장을 발로 뛰어야 했다.

또 방콕 사무소에서는 미얀마 난민을 돕는 일을 했다. 李씨는 "업무 지침서만 던져준 채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라고 할 때 가장 힘들었다"며 "한국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도 주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JPO로 근무한 뒤 같은 기구에 채용되는 비율은 평균 20% 정도. 채용 비결에 대해 묻자 李씨는 "운이 따랐다"며 겸손하게 웃었다. 한국의 JPO로 첫 선발된데다 UNHCR가 국제 난민 문제로 기구가 확대되고 있던 상황이었다는 것. 하지만 李씨의 노력과 투자는 그 역사가 길다.

연대 신방과 재학 중엔 국제아동기금(유니세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통역 서클을 운영하기도 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홍콩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땐 소외 계층을 위해 자원봉사를 했으며 연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한 뒤엔 민자당에서 2년간 근무하는 등 나름대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李씨가 꼽는 국제기구 근무의 장점은 "성차별 없이 자기 능력만큼 인정받는다"는 것. 하지만 "오지 근무도 해야 하기 때문에 독신으로 살거나 남편과 떨어져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등 힘든 일도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신중히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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