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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금호타이어 방위산업 논란

중앙일보

입력

T50 훈련기에 장착되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항공기용 타이어. [금호타이어]

T50 훈련기에 장착되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항공기용 타이어. [금호타이어]

세계 14위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25일부터 중국의 타이업체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을 시작했다. 더블스타는 25일 “금호타이어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방위사업, 절대규모 크지 않지만 #중요 물자 생산하는 ‘주요 방위산업체’ 지정 #전투기용 타이어는 고도의 기술력 요해 #“대체 지정하더라도 수 년 간 납품 공백” 우려도 #

채권단이 관리 중인 금호타이어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는 원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있었다. 하지만 산은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자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던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협상할 권리를 얻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주식 6636만8844주(지분율 42%)를 95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산은과 더블스타가 세부 계약 조건에 동의할 경우 금호타이어는 중국 기업이 된다.

문제는 금호타이어가 국가 안보에 필요한 군수품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제6조에 따르면 외국인이 방산업체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광주상공회의소는 20일 “방위사업체인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은 국익을 저해한다”는 성명을 냈다. 반면 금융권에선 ‘타이어는 보안·기술력이 필요 없고, 군납 물량도 극히 미미하다’고 맞선다. 뭐가 진실일까.

방위사업법 제35조는 중요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을 ‘주요 방산기업’으로 지정하고,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방산물자를 생산하면 ‘일반 방산기업’으로 지정한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3월 기준 정부가 ‘주요 방위산업체’로 지정한 기업은 총 65개다. 이중 금호타이어는 유일무이한 타이어업체다. 일반 방산기업이나 비회원사·준회원사 중에서도 타이어업체는 없다.

물론 원칙상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이 된다고 방산업체 자격을 박탈당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수요가 적은 군수용 타이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주요 방산기업은 전쟁 등 유사시에도 물자를 적기에 공급할 능력을 갖춰야 하고 군수물자 품질도 엄격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이 되면 이익이 안 나는 방산사업을 굳이 붙들고 있을지 의문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국가 방위를 위해서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한 일을 트집 잡아서 보복을 하는 상황인데, 금호타이어가 군용 타이어를 생산하게 되면 얼마든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타이어 방위산업 관련 매출액은 75억원으로, 전체 매출(2조9472억원)의 0.3% 미만이다.

다만 규모가 작다고 기술력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금호타이어가 생산하는 F5 전투기용 타이어와 T50 훈련기용 타이어는 비행기 이·착륙 시 순간적인 고하중·고열·충격과 빠른 분당회전수(rpm)를 한꺼번에 견뎌야 한다. 전투기용 타이어가 타이어업계에서 ‘타이어 기술의 꽃’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금호타이어는 고하중 버틸 수 있도록 타이어 섬유코드를 특수 설계하고, 여기 축적되는 열을 배출할 수 있는 구조설계·고무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금호타이어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군용트럭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외경·단면·폭·하중이 크다. 때문에 차량 개발 과정부터 완성차업체·방위사업청과 협의가 필요하다. “일부 기밀 사항을 다루는 테이블에서 중국 기업이 포함된다면 협업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게 타이어업계의 전망이다.

물론 금호타이어가 군수품 생산을 거부할 경우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등을 대체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채우석 학회장은 “T50 훈련기용 타이어는 개발·승인에 10년이 걸렸다. 방산업체는 자연스럽게 교체가 돼야 하는데, 갑자기 신규 지정하려면 기술력 확보와 생산 라인 투자 과정에서 납품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면서 방위사업만 분리매각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문제는 방산 타이어 제조공정과 일반 타이어 제조공정이 뒤섞여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프차타이어·트럭타이어는 일반 타이어 생산라인에서 생산하고, 수작업 공정이 필요한 항공기용타이어는 연구동에서 생산한다. 9월까지 남은 5개월 동안 방위사업 공정·인력만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것은 제조공정상 어렵다는 의미다.
더블스타가 협상기일(9월 23일) 전에 산은과 협상을 마무리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인·허가를 받으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 품에 안긴다. 하지만 이때까지 이견을 조정하지 못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다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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