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전화…흑색선전…사생활 헐뜯기|타락선거 조짐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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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역감정촉발· 정치폭력 사태에 덩달아 원색의 인신공격, 밑도 끝도 없는 유언비어·흑색선전이 난무해 본격개막 된 대통령선거운동 초장부터 타락선거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체불명 단체명의로 대량제작 된 특정후보 비방유인물이 유세장에 뿌려지고 집집마다 우송되며 전화로도 전파돼 흑색선전 루머는 군중심리·호기심을 타고 삽시간에 퍼지면서 폭력사태로 암울해진 대통령선거 분위기를 어둡고 탁하게 만들고있다.
더러는 점잖은 어투와 만화 등 기교를 부려 친밀감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등 지능적인 수법도 활용되고 있으나 민주시민의 긍지와 품위를 정면에서 모욕하는 저질의 흑색선전은 모두의 적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냉철한 분별력과 당국의 보다 철저한 단속이 요망된다.
◇인신모독=사생활·금전·가족관계·경력 등 후보신상에 관한 온갖 루머가 대량 유포되고 있다.
『모 후보의 성은 김씨가 아닌 ○씨』 『염색행각 일삼는 가정파괴범』 『수재의연금이라고 거둔 뒤 사무실 이전비용에 썼다』 『사상이 의심스러운 빨갱이』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또 『각 회사마다 실시하는 모의투표에서 항상 꼴찌』 『동창회 한다고 하면 차량과 향응까지 제공한다』『지난 추석 땐 전공무원에게 고향가서 뿌리라고 3만원씩 줬다』 등의 선거운동관련 흑색선전도 난무하고 『양금의 돈줄은 여당』등 한꺼번에 2명의 후보를 매도· 비방하는 유언비어도 나돌고 있다.
◇심야전화=한밤이나 새벽 가정집에 전화를 걸어『××당인데 한표 부탁합니다』고 해 시민들의 반감을 조장하는 역선전도 쓰이고 있다.
또 야권 이합집산에 따라 계보이탈자에 대한 앙심으로 심야 특정인 집에 전화를 걸어 있지도 않은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
◇유인물 유세장 배포=흑색선전은 유세장 등에서 유인물을 통해 주로 전파되고 있다. 9일 모당 집회장에선「김××은 △△시장에나 출마하라」 등 제목의 비방유인물 5백여장이 배포됐다.「민주학생연맹」 등 소속이 불분명한 단체명의의 이들 유인물은 「사대주의자」 「무능력자」 등의 용어로 특정후보를 매도.
15일 창원집회에선 모 후보를 비방하는 풍자만화가 10여곳에 게재됐는데 모조지 반절크기에 매직으로 그려진 이 만화는 특정후보의 아이를 안은 선전포스터를 비꼰 내용.
◇가정우송=이들 유인물은 가정에도 조직적으로 배달되고 있다. 13일 인천 모정당 지구당사에는 발신인이「목포시 김○○」로 된 상대후보의 가족관계비난 유인물이 우송돼 왔으며 인천 북구지역엔 또 다른 야당후보를 비난하는 유인물이 대량 우송되기도 했다.
17일엔 「××반공청년회」명의의 흑색유인물이 언론사에 우송됐는데 조회결과 발신지인 「서울 장충동 산×번지」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삼양동에 사는 이모씨 (40)는 『며칠전 H정보센터라는 곳에서 평지가 와 뜯어보니 온통 모후보를 헐뜯는 내용뿐이어서 내버렸다』고 말했다.
◇모의투표 조작=누가 했는지 확실치 않은 모의투표결과를 퍼뜨리는 유인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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