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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혐의로 피소된 '벤처 신화' 한경희

중앙일보

입력

‘여성 벤처 신화’로 불려온 한경희(53)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 대표가 위기에 몰렸다.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자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부결됐다. 사기 혐의로 고소까지 당하면서 벤처 신화 입지가 더욱 흔들리고 있다.

한경희 대표, 8억원 사기 혐의로 피소…혐의 부인 #희망 걸었던 채권단 워크아웃도 부결 #1000억 원 가까이 매출 올렸지만 자본 잠식으로 내리막길 #"힘든 시기지만 포기 안 해" #

지난달 고소인 A 씨는 한 대표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A 씨는 한 대표가 자금난을 겪자 신주를 발행할 의사도 없으면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계약을 맺어 납입 대금 8억원을 가로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정 수의 발행 기업 신주를 특정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그러나 24일 한 대표는 “사기가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 대표는 “A 씨를 속이거나 사기를 치지 않았다. 합의를 해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8억원을 갚겠다고 해도 오히려 A 씨가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워크아웃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래사이언스에 대한 워크아웃 프로그램 추진 여부를 두고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부결됐다. 향후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사이언스는 2009년 975억 원 매출에 8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매출 1000억 원 진입을 눈 앞에 뒀다. 이후 내리막길이었다. 2014년 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5년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 대표는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도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듀얼 무선 진공청소기, 스마트 포트 등 신제품을 내놓았는데 홈쇼핑 방송에서 완판을 기록하는 등 반응이 좋다”며 “고객 신뢰가 있기 때문에 지금 힘든 상황이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자신이 아이디어를 낸 상품인 스팀청소기가 500만 개 넘게 팔려나가면서 대표적인 여성 벤처 사업가로 자리매김했다. 교육부 5급 공무원이었던 한 대표는 집안일을 하다가 문득 스팀청소기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 제품으로 만들었다.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의 ‘주목해야 하는 여성 기업인 50인’, 2012년 포브스 아시아의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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