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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당신이 꿈 꿀 때 … 뇌는 창조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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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꿈꾸는 뇌의 비밀(원제:The Night at Night)
안드레아 록 지음, 윤상운 옮김, 지식의 숲, 340쪽, 1만3800원

1965년 5월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는 꿈결에서 들은 현악 앙상블을 바탕으로 '예스터데이'를 작곡했다. 프로 골퍼 잭 니클라우스는 60년대 중반 꿈 속에서 자기 스윙의 문제점을 찾아냄으로써 70타의 벽을 넘었고 한다. 이런 창의적 활동을 어떻게 꿈 속에서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미 하버드대의 꿈 연구가 로버트 스틱골드는"인간은 꿈 꾸는 동안 논리나 과거의 일화, 기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단계에선 몸이 쉬는 반면 뇌는 활동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과학의 힘으로 꿈의 신비를 하나하나 벗겨나가는 과정을 다뤘다. 과학자들의 꿈 탐험기인 셈이다. 미국 과학저술가인 지은이는 과학자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지난 수십 년 연구사를 훑으며 꿈의 정체에 접근해 간다. 이를 살펴보노라면 꿈에 대한 우리의 오해가 스르르 풀리게 된다.

예로 시카고대의 유진 아세린스키는 잠자는 아들의 머리에 전극을 부착해 뇌파를 살핀 결과 '수면 중에는 뇌가 푹 쉰다'는 통설을 뒤집었다. 뇌파가 깨어있을 때와 비슷하게 활성화되거나 흥분상태에 빠져드는 등 주기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그는 눈알이 급하게 움직이는 REM(rapid eye movement:빠른 안구운동)이라는 수면 단계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이는 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통한다. REM 상태에서 바로 꿈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꿈을 욕망 충족의 과정으로 봤던 프로이트는 꿈이 성적인 행위로 가득하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꿈의 10% 정도만 성행위를 담으며 30%만이 성적인 내용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꿈과 성의 관련 정도는 남녀차가 크다. 시카고대 꿈 연구소를 이끌었던 윌리엄 디멘트는 대학생들이 어떤 꿈을 꾸고 싶어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남학생은 95%가 섹스를 원했지만 여학생은 5%만이 그걸 원했다. 여학생들이 원한 것? 달콤한 로맨스 혹은 모험….

꿈을 연구하면서 신경과학자들은 뭔가를 기억하거나 저장한 기억을 꺼내는 방식 등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의 꿈연구가 빌 돔호프는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사흘에 일곱 시간 동안 테트리스 게임을 시켰다. 그랬더니 게임 방법은 잊었어도 꿈은 게임에 대해 꾸었다. 뇌에서 꿈과 기억을 다루는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낸 순간이다.

한국 남자들이 제대 특명이 잘못 떨어졌으니 재입대해서 복무기한을 채우라는 명령서를 받는 악몽을 왜 꾸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책이다. 함께 출간된 일본의 요로 다케시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유뇌론'(재인,239쪽,1만2000원)은 뇌가 어떻게 우리에게 세계를 인식하게 해주는지를 다루고 있다. 함께 살펴볼 만 하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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