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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 창고에 넣어두다니…원자력硏의 황당한 안전 불감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자력연구원 주요 위반 사항

위반 사항

대표 사례

방폐물 무단 폐기·방치

콘크리트 폐기물 2t 야산 방치

토양 폐기물 야산 매립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기계 무단 매각

방사성물질 무단 사용

허가받지 않고 폐기물 67t 용융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비닐 4t 소각

기록 조작·누락

가연성폐기물 처리시설의 배기구 방사능 감시기 경보 설정치(2Bq/㎥) 초과 측정기록을 0으로 기록

가연성폐기물 처리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의 측정기록을 전반적으로 하회하도록 조작

연구 부정 사례

오염토양 제염기술 실증 시험 시 방사능 농도를 연구 목표(0.4Bq/g) 이하로 맞추기 위해 일반 토양으로 희석

원안위 조사 방해 사례

조사 대상 직원(7명)에게 폐기물 무단 배출 부인, 배출 횟수, 소각량 허위 진술 유도

무단 폐기 콘크리트가 일반 폐기물이라고 거짓 진술하고 허위 자료 제출

자료: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연구원이 과거 공릉동에서 보유했던 연구용 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구원이 과거 공릉동에서 보유했던 연구용 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용 원자로의 벽으로 쓰였던 콘크리트 덩어리를 창고에 방치하고,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사용했던 현미경 등 장비를 팔아치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이런 식으로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을 무단으로 폐기했다. 방폐물을 다루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안전불감증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런 사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지난해 11월 7일부터 올해 4월 19일까지 원자력연의 방폐물 관리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원자력연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은 36건에 달했다. 원안위가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을 특별조사해 방폐물 무단 폐기 사례를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로 벽이었던 콘크리트 창고에 처박아두고 #방폐물 만지던 장갑 마음대로 녹여버려 적발 #중요 기록 조작하거나 누락하기도 #“방사선 준위가 낮아 괜찮을 거라고 봤다” #

원자력연구원이 과거 공릉동에서 보유했던 연구용 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구원이 과거 공릉동에서 보유했던 연구용 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 관련 기술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원자력연은 서울 공릉동에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2’(1962년 설치)와 ‘트리가3’(1972년)를 보유하고 있었다. 상용 원자력발전소가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연구용 원자로는 열은 배출하고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연구용으로 활용한다. 핵연료가 들어가는 중심 부분(노심)의 크기(45.7㎝)로 따지면 상용로(고리3호기, 직경 119.7인치·약 3m)보다 6분의 1 정도로 작지만 방사선이 나오는 엄연한 원자로다.

95년 원자로(‘하나로’)가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트리가 2·트리가3는 정지됐다. 이 연구용 원자로들은 99년부터 해체를 시작해 지금도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원자력연이 이 연구로를 해체하면서 나온 콘크리트나 방사선 연구에 썼던 장비를 아무렇게나 처리했다는 점이다.

원자력연은 연구로 벽이었던 직경 15~20㎝ 콘크리트 덩어리 4~5개를 연구원 창고에 박아뒀다. 원안위가 특별 조사를 하자 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연구원 밖에 꺼내두면서 ‘잠깐 정리하려고 놔뒀다’고 해명했다. 이런 식으로 무단 폐기한 방폐물이 13건에 달한다.

원자력연구원이 과거 공릉동에서 보유했던 연구용 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구원이 과거 공릉동에서 보유했던 연구용 원자로 [한국원자력연구원]

또 원자력연은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사용했던 현미경·열충격장치 등 장비 7개를 외부에 팔았다.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꼈던 장갑(55㎏)도 마음대로 녹여버리고, 실험하다 남은 방사성폐기물(1.3t)도 원자력연 안에 내버려뒀다.
원자력연은 또한 중요한 기록을 조작하거나 누락하기도 했다. 1290㎏의 폐기물을 폐기하면서 485㎏을 폐기했다고 기록하고, 방폐물 저장·운반 사항을 기록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원안위 조사 과정에서 폐기물 무단 배출을 부인하거나 동료들에게 배출 횟수, 소각량 허위 진술을 유도한 사람도 있었다. 과거에 핵연료봉 등을 담던 수조에 물을 담아두고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가, 수조 배관으로 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원안위는 검찰에 원자력연의 다양한 법 위반 사안을 고발할 예정이다.
다만 원자력연이 무단으로 폐기한 방폐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방사선 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위반 행위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은 “방사선 준위가 극히 낮은(오염된 토양·물질의 무게 1g당 코발트 함유량 기준 0.1베크렐 이하) 일부 방폐물을 산업용 폐기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봤지만, 절차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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