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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자 집에 '현금 다발'...유명 디자이너·대치동 학원강사 집도 수색

중앙일보

입력

세금 3400만원을 체납한 채, 자신의 부모 명의로 돼 있는 매매가 29억원짜리 압구정동 아파트(60평형대)에 사는 하모씨 집을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20일 수색해 압류한 현금과 귀금속들. [사진 서울시]

세금 3400만원을 체납한 채, 자신의 부모 명의로 돼 있는 매매가 29억원짜리 압구정동 아파트(60평형대)에 사는 하모씨 집을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20일 수색해 압류한 현금과 귀금속들. [사진 서울시]

TV홈쇼핑에도 출연한 디자이너 신모씨는 세금 5600만원을 내지 않았다. 1997년부터 내지 않은 주민세·자동차세를 합한 액수다. 신씨 부부는 모두 신용불량자다. 그런데도 10억원을 호가하는 서울 강남구 2층 단독주택(연멱적 130여 ㎡)에 산다. 해마다 해외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 세금을 내라고 연락을 하면 세금을 낼 여력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치동의 유명 논술 강사 유모씨도 세금 3700만원을 체납했다. 유씨는 매매가 16억원가량인 서울 역삼동 아파트에 산다. 자신 명의의 학원은 2013년 말에 문을 닫았지만 다음해 부인 명의로 학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부부는 해마다 해외를 다녀오고, 부인은 수입차를 타고 있다.

 38세금징수과는 20일 신씨와 유씨 집을 포함해 6곳을 가택 수색해 세 곳에서 동산을 압류하고 한 곳에선 ‘납부계획서’를 받았다. 구소영 38세금총괄팀장은 “주민등록상 주거지와 다르거나, 집에 아무도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밀린 세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한 가택 수색이 밀린 세금 받는 데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택 수색으로 징수한 세금이 29억5000만원(272가구)에 달했다. 2015년에 비해 7억60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1~3월)엔 이미 27가구를 수색해 5억여 원을 징수하기도 했다.

 한 해 만에 세금 징수액이 7억원가량 불어난 것은 가택 수색 시행 자치구를 2015년 강남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지난해 25개 전 자치구로 넓혔기 때문이다. 가택 수색은 체납 징수 기법 중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지방세 징수법에 따르면 일출~일몰 사이에 집안을 수색해 현장에서 발견된 귀금속·현금 등 동산을 압류할 수 있다.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들은 집안에 귀금속·현금을 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징수 성과가 크다.

 서울시청은 올해 1000만원 이상 체납자 중 본인 명의 재산은 없지만 해외 입·출국이 잦고, 친척 명의 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를 위주로 가택 수색을 벌일 계획이다. 구소영 팀장은 “1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출국금지와 검찰 고발 하는 등 적극적인 징수 작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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