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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5억 기부에 140억 세금 폭탄’ 원심 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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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평생 일군 재산의 대부분을 장학재단 설립에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은 황필상(70) 구원장학재단 이사장(전 수원교차로 회장)이 7년 7개월에 걸친 법정 싸움에서 승리했다.

20일 7년 7개월 여 동안의 법정 투쟁에서 승리한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회장이 대법원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유길용 기자 

20일 7년 7개월 여 동안의 법정 투쟁에서 승리한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회장이 대법원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유길용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오후 황 이사장이 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140억원의 세금 부과를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증여세 부과는 잘못이라는 취지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주식 출연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이 당해 회사의 최대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특칙을 두고 있다. 최대주주의 기준이 주식 출연 직전인지, 직후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의 기준이 출연 직전이라면 황씨는 주식 출연 직전에 수원교차로 법인의 최대주주였으므로 과세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출연 직후라면 주식 보유비율이 10%이기 때문에 최대주주에 해당하지 않아 비과세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 법이 주식 출연을 규제하는 이유는 출연 후 이를 회사의 지배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했다면 더이상 회사에 대한 지배수단이 없으므로 증여세 부과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황 이사장은 2003년 자신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지분 90%(당시 평가액 18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다. 아주대는 이 기부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세웠다. 이후 6년 동안 730여 명의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데 2008년에 수원세무서가 재단 세무조사를 벌인 뒤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공익 재단 등에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때에는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도록 한 것을 근거로 했다. 이 규정은 대기업 등에서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해 생긴 것이었다.
황 이사장의 기부가 순수하게 장학사업을 위해 이뤄졌고, 실제로 그렇게 쓰였다는 점을 세무서도 알았지만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폈다. 황 이사장은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2010년 수원지법은 “황씨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편법으로 증여하려는 경우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식의 과세 처분은 공익사업의 재원 확보에 지장만 초래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사안별로 예외적인 판결을 한다면 ‘자의적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며 1심을 뒤집었다.

재판이 7년 넘게 이어지면서 황 이사장이 내야 할 세금에는 연체 가산세까지 붙어 225억원에 이르렀다. 기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황 이사장은 그 사이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유길용‧송승환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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