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활동자금 마련하려고”…이주노조 간부, 사설복권 팔다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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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발행한 복권.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A씨가 발행한 복권.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노동조합 행사 후원금을 명목으로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복권를 만들어 판매한 네팔인 노조 위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LUCKY LOTTERY 2017'이라는 제목의 복권 6000장을 불법 제작해 발매한 혐의로 네팔인 A씨(4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형법 248조 1항에 따르면 법령에 의하지 않은 복표(복권)를 발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씨가 복권을 제작한 인쇄소 내부 사진.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A씨가 복권을 제작한 인쇄소 내부 사진. [사진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제작한 복권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했다.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동대문역 주변에서 사람들을 유인하기도 했다. 구매자들에게는 "판매 수익금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노조 활동비에 쓰겠다"고 공약했다. 그렇게 복권을 장당 1만원에 판매했다. 

지금까지 A씨의 복권은 네팔·방글라데시 등의 국적을 가진 이주노동자들에게 약 350여 장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주노동자들은 워낙 자기들끼리의 결속력이 강한 집단이다. 게다가 A씨가 노조위원장이다보니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노조 활동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네팔인이 운영하는 동대문역 인근 잡화점에 복권들이 위탁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아직 판매되지 않은 복권 5600여장을 수거했다.

A씨는 다음달 1일인 노동절 기념일 행사 때 추첨을 통해 1등 70만원, 2등 30만원, 3등에게는 10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노조 활동비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복권 발매가 불법인지 합법인지도 모른 채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경찰에 불법 복권이 적발된 뒤 SNS에 정정글을 올려 일부 구매자들에게 복권을 반품해줬다고 한다. 경찰은 다른 외국인 모임이나 단체에서 주관하는 모금 명목의 불법 복권 발매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단속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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