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는 금융회사 민원 저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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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회사 민원 가운데 보험사 관련 민원이 64%를 차지했다. 특히 생명보험사 관련 민원의 둘 중 하나는 보험설계사 등 모집인 때문에 발생했다.

금감원, 금융사 민원 집계…보험사 64% #“판매사-소비자 약관 이해 차이” 때문 #보험설계사 등 관련 민원, 전체 21%

 금융감독원은 18일 ‘2016년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동향’을 발표했다. 금융민원은 지난해 7만6237건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다. 2014년 7만8631건에서 2015년 7만3094건으로 줄어드는 듯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특히 비은행권 민원이 1만5674건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신용카드사 민원은 비은행권 민원의 절반 가까이(46%) 차지했다. 채무면제ㆍ유예상품(DCDS) 부당가입 관련 민원이 1018건이다. DCDS는 카드사가 매달 카드이용금액의 0.35% 수준의 수수료를 카드 회원으로부터 받고 회원이 사망ㆍ입원 등 특정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이용금액 중 미결제금액(채무)을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유료 상품이지만 주로 비대면으로 판매됐다. 회원들은 이런 상품이 유료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심지어 자신이 가입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알게 됐을 경우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증가폭은 비은행권 민원이 컸지만, 규모로는 보험사 민원이 가장 컸다. 전체의 63.7%다. 왜 민원을 제기했는지 최종 목적을 기준으로 한 분류에서도 보험 민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예를 들어, 불완전 판매 민원은 1만427건이 제기됐는데,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민원이 74%에 달했다.

 설인배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보험 계약의 특성상 판매자와 소비자 간 약관의 해석과 이해 정도에 간극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 불만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는 약관에 따라 이 정도 수준에서만 보험금을 줘도 된다고 보지만, 소비자는 차가 이렇게 고장 났는데 더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식이다.

 보험설계사 등 모집인과 관련된 민원 건수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만6307건을 기록했다. 전체 민원 다섯 건 중 한 건(21.4%)은 모집인 관련 민원인 셈이다. 생명보험사 민원의 경우엔 전체의 51%가 모집인 때문에 발생했다.

 설 국장은 “민원을 다수 유발하는 보험설계사의 불건전 영엽행의 점검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인협의제 등을 통해 자율 점검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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