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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흔적 따라 6500㎞, 눈물의 회상열차 달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7월 출발하는 ‘눈물의 실크로드 회상열차’를 이끌게 될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 ]김성룡 기자]

7월 출발하는 ‘눈물의 실크로드 회상열차’를 이끌게될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 ]김성룡 기자]

“올 여름 스탈린 정권의 억압으로 쫓겨난 카레이스키(고려인)의 발자취를 따라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할 계획입니다. 한민족재단이 야심차게 기획한 ‘눈물의 실크로드 회상열차’를 타고 말이지요.”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 #7월 말 블라디보스토크서 출발 #13박14일 시베리아 대륙 횡단 #“강제이주 역사 복원 계기 되길”

이창주(71)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일대를 열차로 횡단하는 ‘눈물의 실크로드 회상열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13박14일의 일정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이르쿠츠크·바이칼(카자흐스탄)을 거쳐 알마티까지 6500㎞를 열차로 달린다. 한국인 총 80명이 참여한다. 함세웅 신부·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각계 유명 인사도 동행한다. 이달 30일까지 한민족재단 홈페이지(www.koreanglobalfoundation.org)에서 참가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계기를 묻자 이 의장은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사건을 언급했다. “소련 스탈린 정권의 소수 민족 탄압 조치로 고려인 17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그중 2만 명은 이주 도중 숨졌지요.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은 구소련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지에 흩어져 살게 됐죠. 회상열차로 이들의 흔적을 둘러 보며 국가적 비극을 재조명 하고자 합니다.”

‘회상열차’가 들를 역사지는 과거 고려인들이 거쳤거나 정착했던 곳이다. 이들의 애환과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고려인 집단촌인 ‘신한촌’(블라디보스토크), 고려공산당 창당지(이르쿠츠크), 고려인 예술극장인 ‘고려극장’(알마티) 등이 대표적이다. 또 한민족재단 측은 우슈토베 토굴촌에서 희생된 고려인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제를 열고, 항일투사 홍범도 장군의 알마티 주거지도 들른다는 계획이다.

7월 출발하는 ‘눈물의 실크로드 회상열차’를 이끌게 될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 ]김성룡 기자]

7월 출발하는 ‘눈물의 실크로드 회상열차’를 이끌게될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 ]김성룡 기자]

이 의장은 “고려인 강제이주 사건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바람에 한국 현대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며 “요즘 한국인들은 미국·캐나다에 한인 동포가 많이 산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러나 시베리아 일대로 쫓겨난 고려인에 대해선 존재 사실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장은 고려인 상당수가 한국 옛 문화를 간직하고 산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구소련과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후손이 50만 명 가까이 된다”며 “이들은 설날·추석 등 한국 명절을 ‘코리안 데이’로 지정해 이날 떡국 등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우리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리왕’ 블라드미르 김을 비롯한 경제·정치인은 한국인들이 교류하고 협력을 도모해야 할 ‘인적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석좌교수(국제관계학)로 재직 중인 이 의장이 국제한민족재단을 세운 건 1999년이다. 스탈린 정권이 고려인을 학대했다는 증거와 자료를 우연히 발견한 게 계기가 돼 시베리아 반도의 고려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관련 연구와 행사를 추진해왔다. “미래의 한반도 통일에 보탬이 될 고려인 이슈는 지속적으로 환기시켜야 합니다. ‘눈물의 실크로드 회상열차’ 행사가 시베리아 대륙에 묻힌 고려인의 슬픈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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