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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최순실, 김 학장 참 좋다고 해" 폭로에 눈 감은 김경숙

중앙일보

입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순실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김경숙 전 학장을 통해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털어놨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7일 열린 김 전 학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차관이 폭로를 이어가는 동안 김 전 학장은 눈을 감고 있거나 한 손으로 모자를 쓴 머리를 감싸는 등 불편한 기색이었다.


김 전 차관은 "정유라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 2014년 4월 국회에서 승마 국가대표 선발 문제가 제기되면서였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관심을 가지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가 "정유라가 연대, 고대, 중앙대, 이대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알아볼 수 있는 대학이 있느냐"고 했을 때 "이화여대 체육대학 학장을 안다"면서 도와주게 됐다는 게 김 전 차관의 진술이다. 김 전 차관과 김 전 학장은 각각 한양대와 이화여대의 체육학과 교수로 노무현 정부 시절 문체부 체육분과위원으로 함께 활동하며 친분을 쌓았다.


김 전 차관에 따르면 "이화여대에 원서 접수를 했으니 전에 말한 학장에게 부탁해 달라"는 최씨의 전화를 받고 김 전 차관은 김 전 학장과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김 전 차관은 "'아는 사람 부탁인데 체육특기생으로 지원한 정유연(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라는 학생이 있으니 신경 써 달라'고 하자 돌아온 김 전 학장의 대답이 의외였다. 김 전 학장이 '정윤회의 딸 아니냐. 우리 남편도 말을 타서 정윤회와 정유연을 안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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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관은 "'잘 챙겨보겠다'고 하고 돌아간 김 전 학장으로부터 정씨의 면접이 끝나고 '정유라가 면접을 잘 봤다'는 말을 듣었고 합격 소식을 미리 알려줘 이를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좀처럼 하지 않는 최씨가 '김 학장, 참 좋던데요'라는 말을 하기도 해 깜짝 놀라며 두 사람이 따로 만나거나 연락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학장 측은 "정씨의 입학을 특별히 챙기는 것은 시스템상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완곡하게 거절했는데도 김 전 차관이 '정유연'이라는 이름을 적은 쪽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김 전 학장의 변호인은 "정씨의 합격 전 정씨에게 '면접을 잘 봤다'고 알린 적이 없다면서 합격자 발표 후 '합격한 것을 보니 면접을 잘 본 모양이다'고 말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김 전 학장과 대질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둘이서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1시간 동안 변호인과 검사 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한 사실도 이날 재판에서 공개됐다. 당시 대화에 대해 김 전 차관은 "진실을 좀 밝혀보고 싶었는데 서로가 생각이 달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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