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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오기 전 화재 진압한 택배기사…"일하면서 소화기 위치 파악해뒀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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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큰불로 이어질 수 있었던 화재를 조기에 진압한 40대 남성이 소방당국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았다.

지난 3일 오후 3시50분쯤 서울 등촌동의 한 주택가에서 택배를 배달하던 엄기원(46)씨는 무언가가 타는 듯한 냄새를 맡았다. 냄새가 나는 지점을 찾아 가보니 한 빌라의 주차장에 설치된 재활용품 수거함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이 난 걸 확인한 엄씨는 인근 다른 빌라로 급히 뛰어갔다. 택배기사인 그는 평소 주변을 지나면서 소화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맨손으로 소화기를 떼어낸 그는 다른 시민 3명의 도움을 받아 불길을 제압했다. 곧이어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남은 불씨를 완전히 진압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지난 3일 서울 등촌동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를 확인한 뒤 다급히 소화기를 뜯어내는 엄기원(46)씨 [사진 강서소방서]

지난 3일 서울 등촌동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를 확인한 뒤 다급히 소화기를 뜯어내는 엄기원(46)씨 [사진 강서소방서]

지난 3일 서울 등촌동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를 초기에 진압한 엄기원(46)씨 [사진 강서소방서]

지난 3일 서울 등촌동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를 초기에 진압한 엄기원(46)씨 [사진 강서소방서]

엄씨는 서울 강서소방서가 수여하는 ‘유공(有孔) 용감한 시민상’의 올해 첫 주인공이 됐다. 17일 서울 강서소방서에서 표창장을 받은 엄씨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소화기가 있었기 때문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병로 강서소방서장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불을 꺼준 용기 덕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17일 김병로 강서소방서장(오른쪽)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엄기원(46·왼쪽)씨 [사진 강서소방서]

17일 김병로 강서소방서장(오른쪽)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엄기원(46·왼쪽)씨 [사진 강서소방서]

강서소방서 관계자는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인 데다 차량도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늦었으면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시민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한 사례는 흔치 않아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관계자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추정되며, 엄씨와 함께 화재를 진압한 나머지 남성 3명은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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