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삶과 추억] '크림빵 신화'…국내 제빵산업 이끌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삼립식품 창업주 초당(草堂) 허창성(許昌成)명예회장이 15일 오전 3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83세.

1920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난 許회장은 광복 직후인 45년 10월 서울 을지로에 삼립식품의 전신인 제과점 '상미당'을 설립하면서 제과.제빵 사업을 시작했다. 삼립식품은 해방둥이 기업으로 한국 경제와 부침을 함께 한 기업으로 불린다.

許회장은 49년 연료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무연탄 가마'를 직접 개발해 대량 생산의 기반을 닦았다. 許회장은 60년대 초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크림빵 개발에 착수했다. 62년 출시된 크림빵은 먹거리가 부족하던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삼립식품을 대형 식품회사로 성장시켰다.

삼립식품 손문규 전무는 "당시 크림빵 공장 앞엔 전국에서 올라온 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삼립식품은 '삼립호빵''보름달'등 히트상품을 잇따라 내며 국내 제빵업계의 독보적인 회사로 자리잡았다.

72년 차남인 허영인 회장은 고급빵 전문업체인 '샤니'를 창립하며 삼립식품과 함께 국내 빵업계를 양분했다. 삼립식품은 80~90년대 하일라콘도를 운영하는 삼립개발, 마가린 등을 생산하는 삼립유지, 동양최대의 양모피 생산업체인 삼립테코 등을 설립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삼립식품은 97년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삼립식품은 지난해 차남인 허영인 회장이 운영하던 식품전문그룹인 ㈜태인 샤니에 인수된 뒤 크림빵을 다시 선보이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許회장의 친구인 삼화수지 한치일 회장은 "평소 고인은 온화한 성격으로 이웃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면서 "골프를 치면서도 빵 얘기만 할 정도로 제빵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태평양의 고 서성환 회장에 이어 許회장까지 별세하자 재계에선 "해방둥이 기업가들이 잇따라 세상을 떴다"고 안타까워했다.유족으로는 부인 김순일 여사와 장남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 등 6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발인은 19일 오전 6시. 02-3010-2270.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