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 않고 아이 '차량용 매트' 앉히면 사고시 위험천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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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하는 큰 굉음이 나면서 그 순간 실험용 자동차 안에서 인체 모형이 튕겨 나왔다. 뒷좌석의 차량용 놀이방 매트 위에 안전띠를 매지 않고 앉혀져 있던 어린이 크기의 인체 모형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일부 가정에서 자동차에 설치해 쓰는 차량용 매트의 사고 때 위험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교통안전공단 충돌시험… 매트위 인형 '사망' 수준 충격 #안전띠 경고음차단 클립 사용시 가슴 중상가능성 71% #안전띠 효과 전혀 없어 충돌 충격으로 에어백까지 뚫려 #안전띠 느슨하게 하는 장치도 중상가능성 5배 높아져

업체 측이 '자동차 뒷자석을 마루처럼 사용할 수 있다'며는 판매 중인 차량용 놀이방 매트. 카시트 없이 안전띠도 안 맨 상태에서 매트 위에 앉혀 놓은 어린이 인체 모형은 차량 충돌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이 실험은 지난 13일 교통안전공단(공단)이 경기도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했다. 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착용 시의 갑갑함을 줄이고자 별도 부속품을 달면 벨트에 달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실험엔 아반떼 승용차가 이용됐다. 앞 좌석엔 성인 인체모형 2개를, 뒷좌석은 어린이 인체모형 하나를 태웠다. 이 차를 시내 평균 주행 속도인 시속 56㎞로 정면의 콘크리트 벽에 충돌하게 했다. 충돌 사고를 가정한 설정이다.

충돌 시험에 쓰이는 인체모형은 외형은 물론 내부까지 인체와 유사하게 제작된 특수장비다. 개당 가격이 1억원이나 한다.[사진 교통안전공단]

운전석 모형은 안전띠를 매긴 했으나 띠가 조여지지 않고 느슨하게 해주는 장치를 했다. 조수석 모형은 안전띠를 매지 않고 안전띠 버클에 이른바 '경고음 차단 클립'을 끼웠다. 앞 좌석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서도 자동차에서 경고음이 나지 않게 하는 장치다.

뒷좌석엔 차량용 놀이방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어린이 모형을 앉혔다. 이 매트는 자동차 뒷좌석이 있는 공간을 마루처럼 만드는 용도로 일부에서 쓰이고 있다. 일부 부모들이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거나 안전띠를 매주지 않고서 쓰는 바람에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들 부모는 아이들이 장시간 탑승에도 칭얼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쓴다.

시속 56㎞로 달리던 차가 실험에서 콘크리트 벽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안전띠가 단단히 조여지지 않은 상태의 운전석 모형은 핸들 아래에 다리가 껴 있었다. 조수석 모형은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에어백을 뚫고 앞유리와 부닥쳤다. 에어백에 구멍이 났고, 자동차 앞 유리도 깨졌다.

뒷 좌석의 어린이 모형은 자동차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두개골이 골절된 상태로 분석됐다. 이 모형이 받은 충격을 분석한 결과 6시간 이상 의식 불명일 정도의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99.9%인 것으로 나왔다. 공단 첨단안전연구처 이재완 처장은 “어린이 모형은 머리뿐 아니라 가슴도 양쪽 늑골이 각 3개 이상 골절되는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93.9%로 측정됐다. 실제 사람이었으면 충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충돌 충격으로 어린이 인체 모형은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모형이 입은 충격을 분석한 결과 머리부분에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99.9%로 나왔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어린이 모형을 앉힌 차량용 매트는 앞좌석 등받이에서부터 뒷좌석에 이르는 공간에 설치됐다. 매트 속의 합판이 힘을 지지해 평면 상태를 유지한다. 업체 측이 '장거리 주행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매트 위에서 놀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최근 5년 새 7만 개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품은 ‘안전매트’라는 용어도 쓰고 있다.

공단 인정민 선임연구원은 “봄 나들이철을 맞아 차량용 놀이방 매트를 사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주행 중엔 절대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인 연구원은 "어린이는 신체에 맞는 카시트에 앉히고 반드시 안전띠를 매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6세 미만 유아용 카시트 착용률은 고속도로에서 45%, 일반도로에서 35%에 그쳤다. 독일(96%)과 영국(95%)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안전띠 경고음을 없애는 클립을 끼운 조수석 모형은 가슴부위에 늑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7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띠를 매지 않아 탑승자가 앞으로 튕겨나갔는데 이 힘이 에어백이 흡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에어백이 찢어졌다. 에어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안전띠를 안 매면 에어백의 효과도 줄어드는 셈이다. 경고음 없애는 클립은 개당 5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조수석에 안전띠를 매지 않고, 안전띠 경고음 제거 클립을 착용한 인체 모형의 머리는 에어백을 뚫고 앞 유리에 부딛혔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나는 경고음을 없애기 위한 클립. 개당 5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운전석 모형은 가슴 중상 가능성이 27.5%로 나왔다. 안전띠 착용시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5배가량 높았다.

실험에 쓰인 모형은 일반 마니킨이 아니라 개당 가격이 1억원 정도인 장비다. 차량 사고시 충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측정하기 위해 외형은 물론 내부까지 인체와 유사하게 제작됐다.

경찰청과 공단에 따르면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교통사고 치사율(사고 건당 사망자 발생비율)이 앞좌석에선 은 2.8배, 뒷좌석은 3.7배나 높아진다. 또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앞좌석 동승자에게 충격을 줘 사망하게 할 확률이 7배나 커진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안전띠는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시켜 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자동차에 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안전띠 착용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불편하거나 습관이 덜 됐다는 이유로 뒷자리에서는 안전띠를 매지 않는 경우가 아직 많은데 뒷자리에서도 반드시 안전띠를 매야한다”고 덧붙였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