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무역 압박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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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해갔으나 미국의 통상 압박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불공정한 무역 이익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무역 파트너 국가는 없다”며 한·중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ㆍ중국ㆍ일본ㆍ대만ㆍ독일ㆍ스위스 6개국에 대해 환율 관찰대상국 지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발표된 첫 환율보고서지만 일단 지난 10월 오바마 정부 당시 보고서와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미국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거액의 무역 흑자를 내고 있으므로 중국 경제가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지금보다 더 문호를 개방해야 할 필요성을 재확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유연하고 투명한 환율정책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앞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을 상대로 거액의 무역 흑자를 내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 악폐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오는 6월 발간할 계획이며, 의도하지 않은 통화 가치 하락을 포함한 ‘통화 불균형(currency misalignment)’ 문제를 언급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해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압박 가능성은 상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직접 나서서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위협을 보고서가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이코노미스트 미나미 다케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하지 않은 것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 문제가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따라 향후 6개월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환율조작국 지정 리스크에 지속적으로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차원에서 환율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한다’는 한국 정부의 외환정책을 미국에 꾸준히 설명할 것”이라며 “한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기보다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려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경상수지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자 미국으로부터 원자재 등의 수입을 늘렸다. 이에 올해 1∼2월 대미 무역 흑자는 38억841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박현영 기자, 세종=하남현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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