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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 앞두고 북미 긴장 최고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일성 생일(태양절ㆍ4월 15일)을 계기로 북한의 6차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전쟁 불사론’을 외치고, 미국은 핵항모 칼빈슨함을 비롯한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으로 배치하면서 대립 수위를 높인 상태다.

미 N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미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는 확신이 들 경우 재래식무기를 동원해 선제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14일 평양에서 가진 AP통신 인터뷰에서 “(6차 핵실험과 관련) 우리 최고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다.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태양절을 하루 앞둔 13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 주 의 동굴지대에 11t의 폭발력을 보유한 GBU-43을 투하했다.  GBU-43은 비핵무기로는 최고의 화력 때문에 일명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라고 불린다.

반경 500m 안을 일시적 무산소 상태로 만들어 모든 생물을 살상한다. 특히 다른 일반 폭탄에는 끄떡없는 벙커나 지하터널 등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 때문에 GBU-43 폭격이 명목상으로는 이슬람국가(IS) 근거지를 때린 것이지만, 주요 군사시설을 동굴 속에 숨긴 북한 공습에 대한 사전 연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600~800명 되는 소규모 적을 상대로 초대형 ‘테러’폭탄을 사용한 것은 다소 과한 면이 있고 전략적 가치도 낮았다”며 “따라서 이번 아프간이란 지역을 이용해 핵폭탄에 버금가는 가공할 초대형 폭탄을 떨어뜨림으로써 북한 등에 격렬한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북한과 시리아에 ‘너희들의 지하 벙커 시스템에 우리가 이런 무기들을 쏠 수 있다’란 신호(signal)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폭스뉴스는 북한 최고 지도부까지 언급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이라크전 당시 40일 동안 지하 벙커에서 은신 생활을 했다. 이번에 지하 벙커를 타격하는 GBU-43을 사용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GBU-43 폭격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봐도 되나”란 질문에 “메시지가 될 지 안될 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받아들이건 미국은 독자적으로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북한은 문제다. 그 문제는 처리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결국 핵심은 북한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데 있다”며 핵실험 등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NBC 방송에 따르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쏠 수 있는 한반도 배치 구축함 2척 중 한 척은 현재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00마일(약 483km) 떨어진 곳에 대기해 있다.

북한은 이같은 미국의 강경책에 ‘전쟁 불사론’으로 맞섰다. 한성렬 부상은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쟁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전쟁을 불사할 것”이라며 “우리는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력시위를 통해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지와 중국의 대북 설득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가 달라질 것으로 분석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보여준 시리아에 이은 아프가니스탄 공습은 김정은에게도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처럼 미국의 강한 군사적 압박으로 인해 핵실험 또는 ICBM 발사 등을 놓고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않기로 하는 등 적지않은 당근을 중국에 제시했다”며 “만약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이나 ICBM을 발사할 경우 향후 한반도 정세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고, 중국 카드도 그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최익재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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