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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3600명 배출 … 경제적 부가가치 55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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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88올림픽 때 세계 스포츠 스타들은 한국의 도핑 검사 실력을 과소 평가했다. 그러나 '인간 탄환'이라는 달리기 선수 벤 존슨의 약물 복용을 밝혀내 금메달을 박탈하게 하는 등 한국의 도핑테스트 실력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 1970년대 일본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비디오테이프용 폴리에스터 필름은 현재 우리나라가 40%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국산 공업용 인조 다이아몬드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을 세계에 떨치게 한 이런 성과 뒤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KIST가 10일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KIST는 이를 기념해 한국 과학기술의 초창기 발전을 견인했던 각종 자료와 KIST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을 새로 꾸며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과거 고 박정희 대통령이 KIST 방문 때 식사하던 영빈관을 개원 40주년을 기념해 역사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허허벌판에 연구동이 들어서고, 미국 등 외국에서 유치한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과 연구 성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또 역사관에 전시된 사진에서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건희 현 회장과 함께 KIST의 연구 현장을 둘러보는 것을 비롯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 그룹 총수들과 아폴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 등의 20~30년 전 발자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한남대 설성수 교수팀은 KIST가 설립된 이후 2003년까지 약 55조원의 경제.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연구 보고서를 냈었다. 그만큼 KIST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컸다. KIST 설립 초창기 때 외국에서 유치한 과학자들의 연봉이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많았으며, 서울대 교수의 세 배에 달했다는 것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당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KIST는 40년 동안 5305건의 특허를 출원해 그중 3303건이 등록됐다. KIST를 거쳐 산업계와 학계로 나간 과학자들은 3600여 명에 달해 한국 과학기술의 두뇌 공급처로서도 한몫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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