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송이버섯 농가서 판매대까지 5시간이면 도착…싸고 신선한 '로컬푸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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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로컬푸드를 고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를 찾은 고객이 로컬푸드를 고르고 있다. [사진 이마트]

박호대(63)씨는 경북 포항시에서 30년 넘게 새송이버섯 농사를 지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이 9000만원 대.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9억원이 넘었다. 매일 출하되는 새송이버섯은 불과 4~5시간 안에 대구ㆍ경북 지역 이마트 20여 지점 판매대에 오른다. 가격은 1팩(600g)에 2750원 선. 수도권 지역 이마트에서 새송이버섯이 3000원 정도에 팔리는 것에 비하면 10% 저렴하다. 

박씨가 몇 년 새 이렇게 매출을 끌어올린 것은 이마트가 2008년 도입한 '로컬푸드’ 시스템 역할이 컸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고 생산지로부터 반경 50㎞ 내 지역에서 소비되는 지역 농산물을 뜻한다. 유통단계를 단순화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농가와 직거래로 소비자 가격까지 낮췄다. 박씨는 “공판장에서 거래하면 가격이 들쭉날쭉해서 농가 입장에서는 힘들었다”면서 “로컬푸드를 시작하면서 생산량도 늘고 안정적인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13일 로컬푸드를 도입한지 10년만에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08년 첫해 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5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6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운영 점포수도 지난해 79개였던 것을 올해 83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 전체 점포수(147개)의 56%가 로컬푸드를 취급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농산물은 중간 도매상 등 5~6단계에 달하는 유통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로컬푸드는 기존 유통 단계를 확 줄여 산지→이마트→소비자로 단순화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20%가량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실제로 ‘구미 우엉’은 경북 지역 이마트에서 2670원(400g)에 팔린다. 서울 지역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우엉의 가격(3480원)에 비하면 20% 이상 저렴하다. 충청 지역 이마트에는 ‘보령 양송이’가 1팩(200g)에 246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역시 다른 지역 이마트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농어민 입장에서도 유통업체와 직거래로 시세보다 후한 가격에 물건을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어 상생 모델로 평가된다.  이마트는 지역의 우수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로컬푸드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부산ㆍ호남ㆍ제주 등지를 중심으로 고등어ㆍ가자미 등 인근 해역에서 어획한 수산물이나 경주ㆍ상주 등지를 중심으로 고급 브랜드 한우를 로컬푸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재 이마트에서 취급하고 있는 로컬푸드는 총 150여 종에 달한다.  

민영선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상무는 “로컬푸드를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플랫폼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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