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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14일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입장 발표"

중앙일보

입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14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놓는다.  

사채권자 집회 17~18일 전 최종일에 결론 #투자위원회는 오늘이나 내일 열릴 듯 #산은에 추가감자·상환보증 등 요구했으나 #산은은 "불가"…우선 상환 보장만 양보 #"연금 가입자 이익 최우선 결론 낼 것"

익명을 요청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13일 “대우조선 관련 투자위원회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오늘(13일)이나 내일(14일) 중 투자위원회를 열고 입장을 정리해 내일 오후에는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채권자 집회가 다음주 월요일(17일)과 화요일(18일)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마지막 날에 입장을 밝히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ㆍ공무원연금공단 등 다른 기관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결정을 적극 참고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국민연금의 입장을 주말 이전에는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위원회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을 위원장으로, 운용전략실장ㆍ주식운용실장ㆍ채권운용실장ㆍ대체투자실장ㆍ해외증권실장ㆍ해외대체실장ㆍ리스크관리센터장 및 운용지원실장과 본부장이 지명하는 팀장 2~3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이 제시한 채무재조정안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기권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찬성 입정에서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500억원의 약 30%에 달하는 3887억원어치를 들고 있다. 특히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 중 국민연금은 1900억원(44%)을 들고 있다.

채무재조정이 성공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을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지원한다. 대우조선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2조9000억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자금을 빼 쓸 수 있다.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완공해 인도해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를 줄이고, 돈 안 되는 해양플랜트 대신에  LNG선 등 고부가 가치 선박 중심으로 수주를 해 대우조선을 작지만 탄탄한 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2~3년내 대우조선을 다른 조선업체에 매각해 조선업 구조조정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만약 채무재조정에 실패해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래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들어가면 국민연금은 회사채의 90%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자율적인 채무재조정 때의 ‘50% 출자전환’ 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했을 때 평가손실은 2682억원이지만, 거부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3887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연금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은에 ^대주주 책임론에 따른 추가 감자 ^출자전환 가격 조정 ^4월 만기 회사채 우선상환 ^만기유예 회사채 상환 보증 등을 요구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은이 그나마 제안한 것은 3년 만기 연장 회사채에 대한 우선 상환을 보장하겠다는 정도다. 산은이 보증을 서는 게 아니라 여러 채권 중 상환에 우선순위를 주겠다는 것에 불과해 3년 뒤 대우조선의 운명에 따라 돈을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박 건조 시 시중은행의 RG부터 해소되면, 6년 만기(3년 만기 연장, 3년 분할 상환) 회사채에 대한 만기 상환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 사채권자들이 50%의 대금을 받을 수 있을 지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소송도 문제다. 채무재조정에 찬성해 주면 분식회계 당시 발행된 회사채에 대한 손해배상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채무재조정과 별개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채무재조정으로 출자전환한 채권에 대해서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법적 해석이 엇갈린다.

그렇다고 채무재조정안에 반대해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 RG콜이 대규모로 들어오고 회사 가치 손실로 수주가 끊겨 결국 대우조선이 파산하게 된다면 그 책임을 국민연금이 혼자 뒤집어 쓰게 되는 프레임도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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