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에도까지 … 조선통신사가 거쳐간 300년 전 일본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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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도카이도 53차도 병풍’, 각 169.5x372.1㎝, 18~19세기, 종이에 채색.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길을 보여주는 ‘도카이도 53차도 병풍’, 각169.5x372.1㎝, 18~19세기, 종이에 채색.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조선통신사-. 조선시대 국왕의 명의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보낸 외교사절을 말한다. 조선시대에 총 20회 파견됐다. 조선과 일본, 양국의 우호교린을 상징했다. 조선에서는 주로 왜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사를 보냈다. 1회 파견에 6개월~1년 정도 걸렸다. 통신사들은 방문지마다 서화·시문 등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병풍·판화 등의 형태로 전해진다.

국립중앙박물관 ‘도카이도 53차’전 #병풍·족자·판화·서적 등 14점 선보여

옛 조선통신사의 면모를 보여주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3일 개막해 8월 20일까지 계속되는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길-도카이도 53차’다. 박물관 상설전시실 3층 일본실을 새롭게 꾸몄다. 병풍 2점, 족자 2점, 액자 1점, 판화(우키요에·浮世繪) 8점, 서적 2점 등 총 14점을 내놓았다.

도카이도(東海道)는 조선통신사가 교토(京都)에서 에도(江戶)로 이동할 때 이용했던 길이다. 숫자 53차는 역참 53개를 가리킨다. 이번 전시는 1711년 조선통신사행의 부사(副使)였던 임수간(1665~1721)이 쓴 여행기록인 『동사일기(東?日記)』에서 묘사한 도카이도의 풍경을 병풍과 우키요에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당시 통신사는 총 500명으로 구성됐다.

병풍 작품인 ‘도카이도 53차’에서는 53개 역참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옛 일본의 산과 강, 마을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병풍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하반기 구입한 것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우키요에는 일본 채색 목판화다. 이번에 역참 53개 중 8곳을 뽑아 『동사일기』 기록과 함께 소개한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마주한 이국적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당시 조선통신사 정사(正使)인 조태억(1675~1728)과 에도 막부 측의 의전 총책임자인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1657~1725)의 초상화도 선보인다. 조태억 초상화는 일본 화가가 그린 국내 유일의 조선통신사 초상화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또 통신사 행렬을 그림과 함께 해설한 감상용 책자인 『조선인대행렬기(朝鮮人大行列記)』를 볼 수 있다. 다음달 31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도 열린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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