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음달 이탈리아 방문 때 교황과 회동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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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교황과 만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동맹국의 군사시설을 보려고 이탈리아 일부 지역을 찾았다가 교황을 만나지 않고 세네갈로 떠난 적이 있다. 당시 로마는 독일이 점령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이후 이탈리아를 찾으면서 교황과 회동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 참여하면서 바티칸을 찾는 일정을 잡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 문제와 기후 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 대립해왔다.

2차 대전 때 루즈벨트 이후 미 대통령으로 유일, 양측 갈등설 부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멕시코를 방문한 뒤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을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사이에 이민 장벽을 세우겠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종교 지도자가 한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럽다"며 바티칸을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지켜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교황이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일부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금지한 행정명령을 발동했을 때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를 배경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티칸과 미국 정부 측은 트럼프의 G7 정상회담 일정이 양측의 갈등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바티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은 이뤄질 것인데, 이번이 아닐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대통령과 교황 간 마찰이 있다는 의혹을 언론이 제기하고 있지만 교회는 영적이고 종교적이지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FT는 지리적인 불편함이 교황과 만나는 일정을 포함시키지 않은 원인이 될 수는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칠리아가 로마와 비행기로 1시간가량 떨어진 장소라는 점이 주로 로마를 방문했던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G7 정상회담이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과 미국 현충일 사이에 끼어 있는 점도 일정을 짜는데 걸림돌이 됐을 수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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