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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엔 질경이...바이오산업으로 이어지는 전통 지식

중앙일보

입력

할미꽃 뿌리는 재래식 화장실 파리와 구더기 퇴치에 이용됐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할미꽃 뿌리는 재래식 화장실 파리와 구더기 퇴치에 이용됐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봄이면 피어나는 할미꽃. 조상들은 재래식 화장실에 파리나 구더기가 생기면 할미꽃 뿌리를 찧어 물에 타서 뿌렸다.
또 뱀에 물린 부위엔 할미꽃을 반으로 갈라 붙이기도 했다.

배가 아프거나 체하면 조상들은 질경이 뿌리를 찧어서 즙을 낸 뒤 마셨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배가 아프거나 체하면 조상들은 질경이 뿌리를 찧어서 즙을 낸 뒤 마셨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배가 아프거나 체했을 때는 길가에 자란 질경이 뿌리를 찧어 즙을 내 마셨다. 질경이는 약으로 사용됐을 뿐 아니라 새순이나 잎·줄기는 삶아서 무쳐 먹거나 말려서 먹었다.

국립생물자원관, 토종 생물 활용 지식 발굴 #국립공원 인근 전통마을 고령층 167명 인터뷰 #신약개발, 생물산업 신소재 등으로 활용 #할미꽃 뿌리 재래식 화장실 구더기 해결사

이처럼 조상들이 우리 토종 생물 자원을 활용한 사례를 모아 신약개발이나 생물산업에 활용하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1세기 ‘동의보감’을 만드는 것과도 같은 이러한 작업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진행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팀은 지난해 6~11월 (주)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와 함께 강원도 설악산·오대산·치악산 등 국립공원 3곳의 주변 지역과 인제 냇강마을 등 72개 전통마을에 거주하는 167명의 현지 주민을 상대로 생물자원의 이용에 관한 전통지식 2495건을 발굴했다.

조상들의 생물자원 활용 지식을 모으기 위해 주민들과 면담을 진행하는 장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조상들의 생물자원 활용 지식을 모으기 위해 주민들과 면담을 진행하는 장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주로 70~80대 고령층으로부터 전통지식을 받았는데, 삽주·질경이·참취·익모초 등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한 사례를 수집했다.

국화과 식물인 삽주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국화과 식물인 삽주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예를 들어 국화과 식물인 삽주의 뿌리는 배탈·위장병·소화불량·숙취 해소에 활용됐다. 어린싹이나 잎은 생으로 먹기도 하고,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했다는 것이다.

속새과 식물인 속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속새과 식물인 속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속새는 다리가 아프거나 신경통이 있을 때 가마에 푹 고아서 그 물을 마셨다.
또 체하거나 복통이 나며 국화과 식물인 참취의 잎과 줄기를 삶아서 먹거나 달여서 그 물을 마셨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꿀풀과 식물 익모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꿀풀과 식물 익모초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더위를 먹거나 배탈이 났을 때는 꿀풀과 식물인 익모초의 잎과 줄기를 찧어서 즙을 낸 다음 장독대에 두고 이슬을 맞힌 후 마셨다. 화상을 입었을 때는 익모초의 입과 줄기를 찧어서 환부에 붙이기도 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에 발굴한 전통지식을 국가 생물자원 전통지식으로 보존 관리하고, 생물자원 유용성 탐색 연구에 이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전통지식은 신약개발과 생물산업 신소재 제공, 미래 식량자원 발굴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물자원관 측은 기대했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지식은 잠재적 활용가치가 높고, 생물자원 산업화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같은 전통지식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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