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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가 악순환되는 대선전...선관위 적발 5배 급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통령 선거가 양강(兩强)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사이버 공간도 출렁이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대선 후보와 관련된 단어가 연일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일 ‘조폭’을 시작으로 ‘신천지’, ‘천안함’과 같은 검색어가 특정 후보의 이름과 함께 노출되는 일이 잇따랐다. 10일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딸(안설희) 관련 검색어 3~4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관련 검색어가 종일 순위권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주요 후보 관련 단어가 포털을 장식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애초부터 목적성을 갖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검색어는 ‘네티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혹 제기→온라인 매체 기사화→특정 후보 지지층이 퍼나르며 이슈화→상대 후보 측의 논평→해당 후보 측의 반발’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검색어가 일단 순위에 오르게 되면 일반 네티즌도 자연스럽게 그 검색어를 많이 클릭하게 된다. 이어 일부 온라인 매체가 검색어를 바탕으로 ‘어뷰징(abusing, 언론사가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검색어가 포함된 기사를 제목을 바꿔가며 계속해 노출시키는 행위)’ 기사를 쏟아내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이며 대선전의 여론마당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후보 지지 카페에 '폭풍 검색 요망'이라는 글을 올려 검색어 순위를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하기도 한다.

문제는 현행법으로는 특별히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제외하고 인터넷에선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하므로 검색어 순위를 변화시키는 건 공직선거법상 제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게 법망을 벗어나고 있는 건 아니다. SNS나 카페,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한 흑색선전이 급증하면서 선관위의 단속 건수도 늘어났다. 지난 1월부터 지난 9일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건수는 1만8865건에 달한다.  3개월 남짓한 기간동안의 적발 건수가 지난 2012년 대선 전 6개월 동안 적발된 7201건을 훌쩍 넘어섰다. 단순히 기간만 계산하면 5배 가까이 건수가 폭증한 셈이다. 선관위와 검찰이 이번 대선 기간 동안 ‘가짜 뉴스(fake news)’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단속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이버 공간의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정책 경쟁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요 대선 후보의 공약이 큰 논쟁을 불렀거나 선거전을 좌우할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준 사례는 거의 없다. 모병제(남경필 경기지사)와 수도 이전(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지사)처럼 휘발성이 큰 공약은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당내 경선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기초연금 도입이나 경제민주화 등의 공약을 놓고 다퉜던 2012년 대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가상준 단국대(정치학) 교수는 “탄핵으로 대선이 앞당겨지면서 대선 후보들의 준비가 미비했다”며 “후보들이 할 수 있는 건 결국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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