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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6자 수석, 日 대사 모두 외교부로...한·중·일 ‘외교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1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중·일 간 미묘한 ‘외교 신경전’이 벌어진다. 중국 측 북핵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가 잇따라 외교부를 찾아 주요 인사들과 면담한다.

오늘 방한 우다웨이, 윤병세 장관·김홍균 본부장 면담 #내일은 대선 후보 캠프 접촉 '사드 반대 공공외교' #나가미네, 임성남 1차관 면담 "한일 대북공조 재시동"

이날 방한한 우 대표는 약 나흘 동안 정·관계와 언론계 인사들을 폭넓게 접촉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만나고 이어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관련 협의를 갖는다. 북핵 문제 뿐 아니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우 대표가 방한한 타이밍은 절묘하다. 국내적으로는 대선이 코 앞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드 문제에 대한 각 후보 간 입장 차이가 안보 분야에서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우 대표의 일종의 ‘사드 반대 공공외교’는 국론 분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우 대표는 11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를 만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의 만남도 12일로 추진중이라고 한다.

그의 방한이 미·중 정상회담 직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방한(16~18일) 직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우 대표는 지난해에도 2월28일부터 3월3일까지 한국을 찾았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3월 2일 그는 한국에 있었다. ‘역대 가장 강력한 결의’라고 평가받았던 2270호 도출 과정에서 중국 측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를 토대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의견도 펼쳤다.

외교가 소식통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에 영향력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압박했고, 펜스 부통령을 아시아에 보내 한·미·일 공조에 드라이브를 걸려 하고 있다”며 “우 대표가 이 시점에 한국을 찾아 직접 중국의 입장을 제대로 알리고 한·미·일의 대중 견제 구도가 확고해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직급으로는 부부장(차관)이고 북핵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 있어선 중국 외교부 내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98~2001년)와 주일 중국대사를 지낸 중국 외교부의 아시아통(通)으로, 2005년부터 13년째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고 있다. 그 동안 바뀐 한국 측 카운터파트만 8명이다.

우 대표와 같은 시각 나가미네 대사도 한국으로 돌아온 지 엿새만에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다.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을 전후로 일본 측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접 만나 소녀상 철거 문제를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주재국 원수 대행 예방을 사전 조율도 없이, 또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떠벌리는 데 대해 정부는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주한 일본대사가 업무 협의를 하는 주된 채널은 외교부 1차관이다. 나가미네 대사는 황 대행과 윤병세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신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지난 6일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만났을 뿐이다.

이날 나가미네 대사와 임성남 차관의 면담이 이뤄진 배경에는 미·중 정상회담이란 빅 이벤트 이후 한·미·일 대북 공조가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정부 판단이 깔려 있다.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 행보도 의식한 조치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과 제대로 된 공조를 하겠다는 점을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임 차관이 나가미네 대사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녀상 문제 등과 관련해선 한·일 양측이 다시 이견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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