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리아 공습’ 장외 변칙 플레이 … 주연·각본 혼자 다한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함께 산책하고 있다. [팜비치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함께 산책하고 있다. [팜비치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만남을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공격은 시 주석을 트럼프 대통령과 견줄 만한 세계 지도자로 보여주려던 중국 측의 준비된 계획을 헝클어 놨다”며 “(공습이) 시 주석을 향하던 스포트라이트를 훔쳐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의 시각 #과감한 공격, 햄릿 오바마와 대비 #모처럼 만에 여론 호감까지 얻어 #메르켈처럼 당할까 걱정한 시진핑 #스포트라이트 못받고 조연 머물러

두 ‘스트롱맨’의 담판은 회담 첫날인 6일 저녁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며 공격수 트럼프만 부각되고 수비수 시진핑의 노련함은 알려지지 않은 채 끝났다는 게 미국 언론의 전반적 평가다. 정상회담을 연극에 비유하면 제목은 ‘한다면 한다’였고 주연·각본 트럼프에 조연 시진핑, 관람 김정은이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밝힌 시리아 공격 논의부터 결정까지 과정은 이렇다. ▶4일 오전 10시30분 트럼프가 안보팀에 대응 방안 지시 ▶5일 오후 회의에서 6일 최종 결론 내리기로 결정 ▶ 6일 플로리다 마라라고에 도착한 트럼프, 오후 4시 폭격 명령 ▶시 주석과 만찬 중이던 7시40분쯤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대통령은 만찬 끝 무렵 시 주석에게 직접 알렸다”며 “그땐 미사일이 (시리아 목표물에) 떨어지던 오후 8시40분쯤”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로이터는 회담에 앞서 “중국이 걱정한 건 정책 충돌보다 트럼프가 시진핑을 무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 때 악수를 거절하며 ‘면박’을 준 전례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변칙 각본이 등장했다. 북한은 중국의 군사동맹, 시리아는 중국과 우호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에 대해서도 중국의 양해 없이 행동할 수 있다는 ‘웅변 효과’를 거뒀다.

동시에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군사 행동을 주저해 ‘햄릿’이라는 별명을 얻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효과도 거뒀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본지에 “시 주석은 놀랐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해온 말을 공언으로 여길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모처럼 만에 여론의 호감까지 얻어냈다. 전 뉴스위크 편집장 파리드 자카리아는 7일 CNN에 출연, “트럼프는 어젯밤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고 극찬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알아사드에게 대가를 치른다고 확실히 알리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설도 행동으로 반박한 셈이 됐다. 시리아 공습은 알아사드 정권을 뒤에서 받쳐주는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정면 대결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 주석은 국제사회를 대신해 화학무기를 쓴 불량 정권을 응징한 트럼프를 부각하는 조연에 그친 모양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시 주석은 어린이들이 죽었을 땐 그런 대응(공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들었다”고 공개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