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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영상, 홀로그램 … 베니스서 디지털 캔버스 펼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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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로렌스 렉의 ‘지오맨서’의 장면. 2065년 싱가포르에 새 AI(인공지능)가 등장하는 고해상도 4K 영상 작품이다. [사진 2017 저우드/FVU 어워드]

로렌스 렉의 ‘지오맨서’의 장면. 2065년싱가포르에 새 AI(인공지능)가 등장하는 고해상도4K 영상 작품이다. [사진 2017 저우드/FVU 어워드]

‘비바 아르테 비바’(예술만세)를 제목으로 내걸고 다음 달 13일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전 세계 미술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큰 잔치다. 전 세계 작가 120명을 초청한 본전시, 85개국이 나라별로 준비한 국가관 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갤러리가 준비한 크고 작은 전시가 열린다. 흔히 ‘병행전시’나 ‘비공식 비엔날레’로 불리는 이들 전시 역시 관람객 눈길 끌기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콘텐트 기업 ‘패뷸러스’ #프랑스 큐레이터 영입 대규모 전시 #3300㎡ 공간서 10명 작품 선보여 #“세계 순회 전시로 만들고 싶어”

이 뜨거운 경쟁에 국내 콘텐트 기업이 뛰어들었다. 3D 뮤지컬 영상 등 디지털 콘텐트를 만들어온 회사 패뷸러스가 프랑스 출신 큐레이터를 선임, 새로운 전시 ‘하이퍼파빌리온’을 다음 달 13일 현지에서 개막한다.

로렌스 렉의 ‘지오맨서’의 장면. 2065년 싱가포르에 새 AI(인공지능)가 등장하는 고해상도 4K 영상 작품이다. [사진 2017 저우드/FVU 어워드]

로렌스 렉의 ‘지오맨서’의 장면. 2065년싱가포르에 새 AI(인공지능)가 등장하는 고해상도4K 영상 작품이다. [사진 2017 저우드/FVU 어워드]

‘하이퍼파빌리온’은 주요 행사가 벌어지는 아르세날레 지역에 마련한 전시장 규모가 3300㎡(약 1000평)에 달하는 큰 전시다. 무엇보다 현대미술과 새로운 기술을 결합하는 전시란 점이 눈에 띈다. 대형 프로젝션, 360도 몰입형 영상, 홀로그램 씨어터, 멀티스크린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일종의 캔버스로 응용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언뜻 떠오르는 건 ‘디지털 아트’이지만 큐레이터 필립 리스-슈미트는 “디지털 아트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아트에 대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전시 소개를 위해 최근 홍콩과 한국을 다녀간 그는 “‘디지털 아트’나 ‘뉴미디어’ 같은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20년쯤 전부터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게 연결돼 있고 모든 게 디지털입니다.”

그는 ‘하이퍼파빌리온’을 “디지털 시대가 미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새로운 방법으로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질문과 답을 모색하는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며 “기술포화시대로 새로운 것에 무덤덤해진 현대인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퍼파빌리온’의 제작사 패뷸러스의 정성복 대표(왼쪽)와 큐레이터 필립 리스-슈미트. [사진 패뷸러스]

‘하이퍼파빌리온’의 제작사패뷸러스의 정성복 대표(왼쪽)와큐레이터 필립 리스-슈미트.[사진 패뷸러스]

패뷸러스에 따르면 ‘하이퍼파빌리온’에 작품을 선보일 작가 10여 명은 모두 유럽·북미 등 서구 출신이다. 그 중 아람 바르톨은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를 새롭게 연관짓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다. 구글맵의 장소표시를 실제 장소에 거대하게 설치한 ‘맵’이나 온라인을 통한 파일 공유 대신 도시 곳곳의 담벼락에 데이터를 담은 USB를 박아넣는 ‘데드 드랍’ 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독일 출신인 로렌스 렉은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디어시티서울 2016’에도 참여했다.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이름난 그는 젊은 동영상 예술가에게 주는 영국의 저우드FVU상의 2017년 수상자가 됐다. 그 상금으로 만든 최신작 ‘지오맨서’는 도시국가 출범 100주년을 맞는 2065년의 싱가포르에 새로운 유형의 AI(인공지능)가 등장하는 상황을 상상한 작품이다. ‘하이퍼파빌리온’에는 그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벨기에의 프레데릭 드 와일드처럼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도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와 손잡고 나노기술로 이른바 ‘가장 검은 검정색’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이 색을 이용한 조각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필립 리스-슈미트는 ‘알고리즘’, ‘데이터 마이닝’ 같은 용어도 동원했다. “예컨대 프랑스 작가 클레어 말뤼유는 데이터 마이닝과 드로잉에 뛰어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시간 돌아다니는 다량의 데이터를 통해 지금 지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보여줄 겁니다.” 그는 패뷸러스의 전시 제안에 응한 이유로 “360도 영상, 홀로그램 등 멋진 테크놀로지를 실현할 능력”을 꼽으며 “새로운 콘텐트는 새로운 도구를 찾는다”고 말했다. 또 “물론 디지털 작품이 많지만 조각, 드로잉처럼 아날로그 성격의 작품도 있다”며 이런 점에서 “하이브리드 전시”라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의 제작사인 패뷸러스는 2010년 창립 이래 국내외 다양한 공연 등을 3D, VR 같은 기술을 사용해 디지털 콘텐트로 만들어왔다. 최근 제작을 마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비롯, ‘적과 흑’, ‘피터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 같은 유럽 뮤지컬이 대표적이다. 반면 미술 전시 제작은 처음이란 점에서도 ‘하이퍼파빌리온’은 단연 색다르고 과감한 도전이다. 정성복 패뷸러스 대표는 “우리 회사는 체험(experience)을 디자인하는 회사”라며 “새로운 몰입 체험을 엔터테인먼트와 아트로 다양하게 선보이려는 구상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비엔날레 이후 세계 곳곳을 순회하는 전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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