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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자산 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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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우창카이스트 산업 및시스템공학과 교수

김우창카이스트 산업 및시스템공학과 교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4차 산업혁명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역사적인 사건이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신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는 전통적인 자산운용업체가 제공하던 다양한 서비스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시각은 좀 다르다.

관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자동화된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종목 추천을 기반으로 초과 수익률을 창출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약속한 초과 수익률을 모든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달성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통해 초과 수익을 내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므로 주식을 사는 순간 가격은 올라가고 파는 순간 가격을 떨어지게 된다.

모든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 시스템이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초과 수익을 내기는 불가능하다. 먼저 거래를 시행한 일부만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좋은 투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잘 골라 투자하는 것이 필수다. 이는 주식 혹은 펀드 선택과 같은 의사결정을 고객이 해야 함을 의미한다. 신기술이 도입돼도 현재의 투자 프로세스가 본질적으로 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변화는 어디에 있는가. 일반적으로 투자 의사결정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째 자신의 투자목적을 정의하고, 투자 가능 금액과 제약을 파악하는 것, 둘째 투자목적과 제약에 맞춰 자산배분 결정하는 것, 셋째 자산배분에 맞춰 실제 자본시장에 거래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전통적인 금융 어드바이저의 역할은 투자 의사결정 3단계를 고객 수요에 맞춰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 맞춤형 투자 의사결정은 숙련된 전문가가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만 가능해서 비용이 매우 높았다. 신기술을 활용하여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 어떨까. 기술을 통해 서비스 제공 형태를 타파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용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높은 비용 구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던 소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해외의 선진 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진화한 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시점에 맞게 자산 배분) 등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규제로 보호받던 전통 금융 산업과는 달리 핀테크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다. 구글과 애플이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모바일 생태계처럼 국내 자산운용산업 역시 해외업체들에 의해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 다. 모바일 생태계에서의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산학계 및 규제당국의 노력, 특히 산업 전략의 측면에서의 적절한 방향 설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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