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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작전 능력 강화하는 일본 자위대…대중국 겨냥, 유사 시 한반도 상륙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포레스트 라이트(Forest Light)' 미일 연합훈련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원이 미 해병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에서 강습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포레스트 라이트(Forest Light)' 미일 연합훈련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원이 미 해병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에서 강습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일본 자위대가 상륙작전 능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달 27일 육상자위대가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시 아이노우라(相浦) 기지에 수륙기동교육대를 발족했다고 지지통신은 최근 전했다. 내년 3월 창설 예정인 ‘일본판 해병대’ 수륙기동단의 준비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경항공모함도 최근 4대로 늘리는 등 링에 오르기 전 몸집도 계속 불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일본 육상자위대가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아이노우라 기지에서 수륙기동교육대 창단식을 하고 있다. [지지통신]

지난달 27일 일본 육상자위대가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아이노우라 기지에서 수륙기동교육대 창단식을 하고 있다. [지지통신]

 상륙작전 능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열을 올리고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과 함께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개조하기 위한 군사개혁의 쌍두마차다.
 아베 정권이 바라는 대로 평화헌법 9조를 연내 개정하면 사실상 내년부터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세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군사 강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국내에서는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 시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육상자위대 소속 수륙기동단은 미 해병대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현재 아이노우라 기지에 주둔 중인 서부방면보통과연대를 중심으로 3개 연대 3000명 규모로 편성할 예정이다.
 서부방면보통과연대는 규슈(九州)·오키나와(沖?)를 방어하는 서부방면대 직속 부대로 2002년 660명 규모로 창설됐다. 자위대 편제에서 보통과는 보병을 뜻한다.
수륙기동단의 표면적인 창설 이유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 이른바 '이도(離島)' 방위다.
 적이 기습 침투하면 상륙해 소탕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전후 고수해온 전수방위(?守防衛·외부의 공격을 받았을 때만 일본의 영토·영해·영공 내에서 반격한다) 원칙상 공격능력에 준하는 상륙작전은 엄격히 제한돼왔다.

자위대는 수륙기동단 창설에 앞서 미 해병대와 연합 군사훈련을 잇따라 실시하는 등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정예 미 해병대로부터 실전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서라고 산케이신문은 최근 전했다.
 양측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아이언 피스트(Iron Fist)'란 이름의 연합상륙작전을 실시했다.
 이어 지난달 6일부터 12일간 일본 군마(群馬)현 소마가하라(相馬原) 기지에서 적 소탕작전 위주의 또 다른 연합훈련(포레스트 라이트·Forest Light)도 가졌다.

최근 수륙기동교육대 발족…내년 3월 창설 #적 기지 공격 능력과 함께 자위대 개혁 쌍두마차 #"센카쿠 열도 등 대중국 견제"…"공격능력" 비판도 #AAV7·오스프리 등 미군과 같은 장비 써 #경항모 4척 포함 7척의 상륙지원함 보유 #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양측은 당시 공동작전을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한 장비 공유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해병대원들이 육상자위대의 CH-47 치누크 대형헬기에서 뛰어내리고, 자위대원들이 미 해병의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에 부상병을 옮기는 모습 등이 목격됐다. 

 수륙기동단은 앞으로 미 해병이 사용 중인 AAV7 수륙양용차 52대를 배치하고, 오스프리 17대도 투입할 예정이다. 

 사세보항에 주둔 중인 미 해군 제11상륙전대의 조지 도욘 전대장(대령)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륙기동단이 미군과 같은 장비를 쓰게 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실질적인 동원 능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육상자위대가 내년 신설하는 수륙기동단에 배치 예정인 AAV7 수륙양용차. [지지통신]

일본 육상자위대가 내년 신설하는 수륙기동단에 배치 예정인 AAV7 수륙양용차. [지지통신]

강습상륙함 확충도 상륙능력 강화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해상자위대는 지난달 22일 4번째 경항공모함인 가가함을 바다에 배치했다.
 이즈모급 호위함(2만7000t급)으로 SH-60K 초계헬기 등 헬기 14대를 탑재할 수 있고, 수륙기동단이 도입하려는 오스프리 이착륙이 가능하다. 해상자위대는 이즈모급 2척 외에도 휴가급 경항모(1만8000t급) 2척과 오스미급 수송함 3대 등 상륙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함정을 모두 7척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군의 경우 독도함(1만8800t급) 1척만 운용 중이며, 2번함은 현재 한진중공업에서 설계 중으로 2020년쯤 도입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일본국제문제연구소가 주관하는 전문가 모임 ‘후지산회합’은 최근 미·일 정부에 긴급 제언을 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해 “미 해병대를 후방 지원하는 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자위대가 미군 괌 기지에 주둔하고 미국이나 호주·인도 등과 공동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군 안팎에선 현재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 유사 시 개입 가능성을 우려한다.
 군 관계자는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패키지로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면서 “상륙 능력 강화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큰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아무리 아베 정권이라고 해도 한국군의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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