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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60병 마시고 숨진 여성분 딸이에요”

중앙일보

입력

알코올중독 치료센터에서 만난 40대 남녀가 약 일주일간 소주 수십병을 나눠 마시고 사망한 여성과 관련해 자신이 숨진 여성의 딸이라고 밝힌 네티즌의 글이 화제다. 그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건을 둘러싼 시선을 향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게시자가 올린 가족관계증명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자가 올린 검안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주 60병 여자사망, 딸이에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는 “며칠 전 소주 60병 마시고 사망했다는 여성분 딸이에요”라며 “기사 내용이 다가 아니라는 걸 조금이라도 알려드리려고 며칠 고민하다 써요”라고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게시자는 숨진 여성의 친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 가족관계증명서와 온통 ‘미상’이라고 적힌 검안서 일부 이미지를 첨부했다.

지난달 30일 최초로 나온 기사는 “강원 정선군의 한 여관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며 “살아남은 남성은 경찰에서 ‘죽을 때까지 마셔보자’며 여성과 술을 나눠마셨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알코올중독 치료센터에서 만난 사이로 같은 달 19일 정선에 여행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죽을 때까지 마셔보자’는 남성의 진술에 많은 이들은 숨진 여성을 조롱했다.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면서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의 댓글이 관련 기사에 줄을 이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자는 “엄마가 알코올 중독자는 맞으나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며 “이혼 후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술에 의존하시는 동안 중독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1년 전 퇴원한 엄마를 그동안 보살폈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 숨진 여성의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검안서의 사망원인은 ‘미상’으로 적혀 있다. 게시자는 “술을 마시다 돌아가신 건 맞아도 사인이 100% 술 때문은 아니다. 원래 혈압, 위궤양 등 약을 드셨다. 강원도로 떠나던 당시에는 약을 하나도 챙겨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담당 형사가 일반 소주 32병(1병당 360㎖)에 1.8ℓ들이 6병이 놓여있었으니 대충 소주 60병 분량이라며 말했다” 밝혔다. 이어 “‘소주 60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사가 확산했고, 나중에 게시자가 담당 형사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는 ‘기사가 퍼진 것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살아남은 남성은 숨진 여성을 사흘이나 방치하고서도 술만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로 떠난 여성의 사망 추정일은 26일인데, 게시자가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29일이니 사흘 동안 남성은 부패하는 시신을 두고서도 혼자서 술을 마셨다는 뜻이다.

엄마가 사라진 뒤 1주일이 되던 날부터 휴대전화가 꺼진 것을 불안해한 게시자는 경찰로부터 “위치추적 결과, 배터리가 다 되어서 꺼진 게 아니라 일부러 끈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남성도 경찰에서 여성이 숨진 게 무서워서 휴대전화를 끄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자는 “있어야 할 내용이 빠진 기사가 올라간 것 같아서 글을 썼다”며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 이 글을 보고서도 어떤 판단을 할지는 모르지만, 기사의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지난달 29일 강원 정선경찰서는 정선군 고한읍의 한 여관에서 A(4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B(41)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술을 마시던 중 A씨가 숨진 것 같다”고 전화를 했고, B씨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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