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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화석 보고 몽골…수억원대 가격에 도굴·밀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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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몽골은 세계적인 공룡 화석의 보고다. 공룡학자들은 연구를 위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몽골과 미국을 꼽는다.발굴되지 않은 가치 높은 공룡 화석들이 무궁무진하게 묻혀 있는 고비 사막은 '공룡들의 무덤'이지만 '학자들의 천국'이다.

업계 "온전한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 화석은 20억원 호가"

7일 대검에서 열린 몽골 공룡화석 반환식에서 간볼드 바산자브 몽골대사, 에르덴밧 간밧 몽골 대검 차장검사,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가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왼쪽부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정동 기자 

7일 대검에서 열린 몽골 공룡화석 반환식에서 간볼드 바산자브 몽골대사, 에르덴밧 간밧 몽골 대검 차장검사,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가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왼쪽부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정동 기자

몽골 고비 사막에서 공룡 화석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룡 화석이 발견되려면 ▶과거 공룡이 서식했던 지역이▶한때 화석이 되기 쉬운 환경이었고▶현재 발굴이 쉬운 여건이어야 한다는 '3박자'가 두루 갖춰져야 한다. 고비사막은 이 요건을 모두 갖춘 지역이다. 이번 한·몽 공동 감정작업에 참여한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척추고생물학 박사)은 "암질이 딱딱하면 기계로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부드러운 모래로 덮여 있는 사막에서는 화석의 발견과 발굴이 쉽다"고 말했다. "바람이 한 차례 모래를 쓸고 지나가고 나면 묻혀있던 뼈가 조금씩 드러나 보이기도 할 정도"라는 게 임 실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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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에는 도굴·밀수 등을 노리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 몽골 정부가 나서 법 적용과 처벌을 강화하면서 건수가 상당히 줄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근절은 어렵다. 발굴은 쉬운 반면 상당히 고가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공룡 화석은 종류와 상태에 따라 우리돈으로 수억~수십억에 거래된다. 주로 박물관·전시관·학교 등에서 연구·교육·전시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림처럼 개인의 취미나 재테크 수단으로 소장하는 이들도 드물게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연방검찰이 몽골에 반환한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 화석은 2012년 헤리티지 옥션에서 105만 달러(약 12억원)에 팔렸다가 적발됐다. 국내 화석판매업체 H사 대표 이모씨는 "온전한 모양을 갖춘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은 국제적으로 20억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일명 ‘오리부리 공룡’이라고 불리는 초식공룡 ‘하드로사우루스’는 7억원, 뿔 공룡 '프로토케라톱스'는 약 2억원에 거래된다.

공룡 화석의 불법 반출은 소중한 자연유산의 소실이라는 점에서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전문가들이 무분별하게 도굴하는 과정에서 화석에 흠집이 나거나 부러질 수 있고 일부 뼈 조각을 잃어버릴수도 있다. 임 실장은 "학자들은 뼈를 발굴해 올 때 마치 석고 붕대를 감듯 보호해서 가지고 오는데, 도굴하는 사람들은 멋지게 보여야 잘 팔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뼈를 노출시킨다"고 말했다. 일단 상태가 나빠지면 되돌리기 어렵고 복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이번 화석들의 국내 전시에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실장은 "11점 화석 중 알 둥지와 아기 공룡 화석들은 특히 상태가 약해 보존처리 작업이 상당기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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