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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안 움직이면 미국이 대북 독자 행동" 예고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정상회담장에 부른 뒤 시리아를 폭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을 향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며 행동을 예고해 왔다. 이날 시리아 공격으로 중국과 북한을 향해 ‘말로 그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밤 정상회담장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열린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 부부를 격찬하며 화기애애하게 시작됐다. 그러나 그 시간 지중해의 미군 구축함 포터함과 로스함은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향한 군사 작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공격은 시 주석 일행이 마라라고 휴양지를 떠나기 10여분 전인 밤 8시 45분께 시작됐다. 두 척의 구축함이 시리아의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59발을 쏘아 올렸다.

양국 정상 만찬속 지중해선 알아사드 공격 나서

  시리아 공습은 알아사드 정권이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데 대한 미국의 응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공언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취해진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알아사드는) 선을 넘었다”며 분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엔 마라라고 휴양지로 향하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알아사드가 한 짓은 끔찍하다. 인류에 대한 모독”이라며 “뭔가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리곤 수 시간 만에 군사 공격을 지시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군사 공격 결정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라라고 휴양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찬을 앞두고 외교안보팀을 불러 이른바 ‘결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제안한 공습안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만찬이 끝난 후엔 국제 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오늘 밤 나는 화학무기가 발사된 시리아의 비행장을 공습하도록 명령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은 결과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향한 최고 수준의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서 시리아만 거론한 게 아니었다. 그는 북한 문제를 놓고도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독자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에게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이 더욱 강력하게 대북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공습은 그래서 중국이 안 움직이면 미국이 행동으로 나서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차두현 전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시리아 폭격은 그간 내가 했던 말이 빈 말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후견인이 중국이라면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의 버팀목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에 지상군까지 보내 놨다.
 따라서 미군의 시리아 공습은 러시아군이 우발적 피해를 입을 경우 자칫하면 미ㆍ러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이를 감안해 미군 당국은 러시아측에 사전에 공습을 통보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며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저지할) 책임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대북 독자 행동에 나설 때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지를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시리아 폭격은 분명한 대북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시리아의 독재자 알아사드가 무고한 민간인에게 끔찍한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며 “아사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지난 수년간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와 알아사드 대신 각각 북한과 김정은을 집어넣어도 그대로 문장이 된다.
 NYT는 시리아 폭격을 “군통수권자로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ㆍ이란과 잠재적 적들에게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해법에는 선제타격도 포함돼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버락 오바마 정부는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레드라인으로 명시하고도 결국 공격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와 달리 북한이건 누구건 그어놓은 선을 넘어가면 군사적 행동에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폭격 메시지에 대해 정국 정부는 무력 사용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을 거론하지 않은 채 “중국은 국제 관계에서 일관되게 무력 사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또 “우리는 대화로 한반도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적절히 해결하는게 각측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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