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교육공약 분석해보니 #'수시 축소 → 수능 확대' 알려진 것과 달라 #학생부 강화하고 외고·자사고는 단계적 폐지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도 추진될 듯
학생부 전형에 변화가 생기는 건가?
사실 최근까지도 많은 이들이 대선 이후에 ‘수시모집 축소 → 정시수능 확대’를 기정사실처럼 여겨 왔다. 대표적인 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달 22일 서울 대영초에서 “수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교육계는 이를 정시와 수능 확대로 받아들였고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민감한 반응도 나왔다.
그래서 각 당의 대선 후보 5명(문재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심상정)에게 입장을 물었다. 그랬더니 답변을 유보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4명의 후보 모두 '수능 확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강화되거나 학생부전형의 비중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그럼 당장 대학입시제도에 큰 변동은 없는 건가?
그동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달라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보면 다음 정부에서는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 수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생부 전형이 단계적으로 정시로 옮겨지는 등 모집 시기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문 후보 측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현재 고3은 1년 내내 입시만 치르다 끝난다”며 “정시와 수시로 산재해 있는 입시를 한쪽으로 몰아 수험생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후보 측은 수시에서 논술과 특기자 전형이 폐지돼 대입이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등 세 가지로 간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능 자격고사화 얘기는 뭔가?
안 후보는 입시제도 개편의 전제로 ‘6(초교)-3(중학교)-3(고교)’인 현재의 학제부터 바꾸려고 한다. ‘5(초등학교)-5(중학교)-2(진로ㆍ직업학교)’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때 수능을 지금처럼 입시의 당락을 가르는 수단이 아니라 일종의 자격고사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측 교육공약 책임자인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수능 자격고사화와 함께 학생부 평가의 객관성을 높여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대학별 입학사정 기준도 공개해 입시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학생부 전형 확대를 주장해온 교육계에선 입시제도 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서울 무학여고 이대영 교장은 "학생부 전형은 일반고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수능 비중이 커질 것이란 우려때문에 사교육이 들썩였는데 다시 안정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고교들 사이에서도 학생부를 잘 관리해주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구분되고 학교선택권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은 "학생부전형을 놓고 일반고 안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심해질 것"이라며 "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외국어고와 자사고는 폐지될까?
고교입시에서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에 쏠리는 현상에 대해선 모든 후보가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 후보는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측 홍종학 본부장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입시기관이 돼버린 특목고는 폐지해야 한다”며 “예술고와 과학고는 설립 취지를 잘 살릴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후보는 외국어고와 자사고를 존치하되 학생선발권을 박탈하고 추첨을 통해 학생을 뽑도록 할 계획이다. 이 경우에도 외고와 자사고의 위축은 불가피해보인다. 과학고는 일반 고교에서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1~2년 단위로 위탁받아 교육하는 형태로 유지한다. 조영달 교수는 “외고 중에선 설립 목적에 충실한 학교들만 남고 대부분 일반고로 전환하게 될 것”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측 김세연 사무총장은 “(외고나 자사고에)우선선발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 측 한창민 대변인도 “단계적으로 외고·자사고를 축소해 일반고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반고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공립고교 교장은 "선발권을 가진 학교와 일반고는 출발선부터 다르다"며 "우수한 학생을 얼마나 뽑아 좋은 대학에 보냈느냐가 아니라, 학생을 얼마나 잘 가르치냐가 고교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불과 몇 년 전에 자사고를 육성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폐지한다고 하면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는 뭐가 되느냐"며 "현재도 미달되는 자사고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교육부 폐지론도 나온다?
모든 후보가 교육부의 권한 축소에 대해선 동의했다. 특히 안 후보는 교육부 해체를, 나머지 세 후보는 존치하되 교육청으로 상당 부분 권한 이양을 주장했다.
조영달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민적 혼란을 초래했다”며 “지금의 교육부는 정권의 정치 지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해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국회와 대통령, 전문가, 교원,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산하기관으로 교육지원처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문 후보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국가교육위를 설치하되 초중등 교육정책의 상당 부분을 교육청에 이관할 생각이다. 홍종학 본부장은 “초중등 교육은 교육청이 담당하고 대학입시와 국가 교육과정 설계 등 굵직한 이슈만 교육위와 교육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정현진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