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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위기의 1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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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폭설이 내린 6일 경남 김해의 한 철도 건널목에서 눈에 빠져 헛바퀴를 돌리던 차량 두 대가 열차 통과직전의 위험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도움으로 참사를 모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날 오전 8시쯤 김해시 진영읍 좌곤리 광대현마을 삼거리 경전선 무인 건널목. 승용차와 승합차가 철길에 접어들면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승합차에는 근처 초등학교에 등교하던 10명이 타고 있었다. 승합차 앞바퀴가 철길을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이어진 경사 도로를 오르지 못하면서 헛바퀴를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뒤따르던 승용차도 철길에 갇혔다. 두 차량은 철길을 벗어나기 위해 후진을 시도했으나 꼬리를 문 차량들 때문에 옴짝달싹 못했다.

운전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앞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김경진(53) 이장이 뛰어나와 승합차를 밀기 시작했다. 차바퀴는 계속 헛돌았다. 그 순간 경보음과 함께 차단기가 내려왔다. 차단기가 내려온 뒤 열차가 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 정도. 멀리서 열차가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모습을 본 행인 서너 명이 철길로 달려나가 차량을 밀었다. 한 사람이 차단기를 들어 올린 사이 다른 사람들은 건널목에 비치해 놓은 모래와 염화칼슘을 가져와 뿌렸다. 마침내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승용차부터 뒤로 밀어 낸 뒤 승합차까지 도로변으로 밀어냈다. 차량들이 철길을 벗어나자마자 부산발 마산행 통근열차가 굉음을 울리며 지나갔다. 주민들의 신속한 대처가 없었더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해=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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