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맞장구가 최고의 해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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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싼 게 아니야!

내가 싼 게 아니야!

 준이의 엄마는 총 44쪽 중에 네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가 책의 주인공인 것 같다. 『내가 싼 게 아니야!』(조미자 글ㆍ그림, 한솔수북, 44쪽, 1만2000원)에서 준이는 자꾸만 실수를 한다. 꿈에 불장난을 하다가 갑자기 비가 왔을 뿐인데, 메마른 숲에 물을 줬을 뿐인데, 수영장에 다이빙으로 첨벙 들어가기만 했는데 이불과 요가 자꾸 젖어있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 내가 그런게 아니야”라고 할 때마다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해주는 엄마, 그가 이 책에서 가장 빛난다. “아, 비가 와서 바지가 젖었구나?” 또는 “나무들이 시원했겠네”라는 대꾸의 내공도 보통이 아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아이를 믿어주는 것, 잘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에는 준이가 자다 말고 화장실로 뛰어가게 된 것처럼 말이다. 준이 엄마가 나오는 책으로 아이에게 최고의 부모를 간접 경험이라도 시켜줄 수 있을 듯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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