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위기 민주당 "노 대통령도 수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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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항소심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상복을 입고 시위 중인 지지자들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 대표는 8일 서울고법의 정치자금법 위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2년 상반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기업체 등으로부터 불법자금 10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대법원이 이 같은 형을 확정하면 한 대표는 의원직을 박탈당한다.

그뿐 아니다. 향후 5년 동안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한 대표의 나이(67)를 감안하면 정치 활동을 영영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로 정치를 시작한 한 대표는 '동교동 가신' 출신 중 유일하게 참모가 아닌, 지도자의 길을 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그 와중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가 결국 한 대표에게 족쇄가 됐다. 한 대표는 선고 뒤 "재판부가 무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계획인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성토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 측근인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법자금을 받았다고 고백한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김근태씨 등 여권 인사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이날 광화문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데 이어 당사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명백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해 온 한 대표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강하게 세워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제 지방선거에서 연합공천 등 여권과의 공조는 물 건너갔다"며 "한 대표를 중심으로 강력한 야당 입장에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당 일각에선 벌써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어 당에 돌아올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한 대표 체제에 대해 "(의원들과)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한 대표의 입장이 어렵게 됐다.

김정욱.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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